우리는 같은 동네나 아파트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늘 만나 대면하면서도 얼굴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취미나 성격, 가치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또 관심을 가져 봐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는 핀잔이나 받는다. 현대인들은 넓은 바다에 뿔뿔이 떨어져 잇는 섬처럼 서로에게 무관심한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이나 핸드폰과 같은 도구와 기계의 힘을 빌려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 오늘날 기계와 도구가 점점 더 깊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인간관계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과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지만, 기계나 도구 때문에 직접 만나 서로 손을 잡고 눈빛을 주고받을 기회는 줄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환경 때문에 마음을 주고받을 일도 점점 더 드물어진다는 것이다.

생떽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길들인다'는 말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 아쉬움을 느끼는 존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나눔으로써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우의 말처럼 서로가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면 상대는 더 이상 남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기계와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대 산업 사회는 인간관계가 형식화되고, 사람들의 가치기 물질적으로 평가되곤 한다. 이런 현상을 일반적으로 '소외'라고 일컫는다. 현대사회는 이런 현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측면을 반성케 하는 철학동화가 어린왕자이다. 천진스런 어린왕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인간사회의 다양한 측면의 부조리를 때로는 느꺼운 가슴으로, 때로는 냉소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은 바로 '관계'이다. 이 점에서 저자가 '길들이기'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관계'를 알지 않고서는,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어떤 진리도 알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우가 말하는 친구 파는 가게는 사회를 파괴할 만한 위험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런 가게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돈으로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우가 보기에는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더 이상 삶의 진실을 알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무관심한 타인으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휴대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각자 상대에게 깊은 관심을 가질 때 자신을 타인에게 특별한 존재로 남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