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매일 밥과 찌개만 먹고 살 순 없다. 비가 오늘 날이면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피자가 먹고 싶다든지 기분이 울적한 날에는 한없이 달달한 생크림 케이크가 먹고 싶다든지.

매섭던 바람이 누그러진 오늘은 그 무엇보다 쫄깃쫄깃한 회정식이 먹고 싶어 대도동에 있는 ‘이노일식’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문화예술회관 맞은편에 위치한 이노일식은 이경숙(60) 사장이 올해로 38년째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우직한 식당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초록빛의 화분과 모노톤의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첫인상을 준다.

회정식 풀 코스를 주문하고 방에 들어가자 좌식 형태가 아닌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는 형태라 치마를 입은 여성들과 다리에 금방 쥐가 나는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잠시 후 에피타이저로 나온 단호박 죽과 샐러드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본격적으로 음식이 들어 갈 것을 예고한다.

회정식 풀 코스는 에피타이저로 죽과 샐러드가 나온 다음 여러 메인 음식이 순서대로 나온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만든 아구조림은 고추장 특유의 텁텁함을 없애고 레몬즙을 곁들어 먹기에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가자미구이 또한 전혀 비릿하지 않고 바삭 바삭해 뜨거운 밥 위에 올려서 한 입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참치 뱃살은 얇게 썬 오이 위에 올려져 나와 상큼한 오이 향과 참치의 쫄깃함이 한껏 잘 어울린다.

여러 요리가 나온 뒤 메인 메뉴인 두툼한 광어회가 다소곳이 자리 잡은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다.

언뜻 보기엔 양이 많아 보이진 않지만 먹어보니 적지도 않은 양이다. 첫 한 점은 아무런 소스 없이 광어회 자체의 맛을 느껴본다.

광어회가 혀 끝에 닿자 부드러운 살점이 느껴지고 어금니로 씹어보니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입 안에서 사라진다.

두 번째로 고추냉이를 푼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소스가 회의 맛을 더욱 극대화시켜 더 큰 감동으로 밀려 온다.

한껏 광어회로 극대화된 감정은 해파리말이로 조금 누그러뜨려본다.

피망을 채 썰어 해파리와 함께 김으로 말고 또 다시 계란 지단에 둘둘 말아 내놓은 해파리말이는 피망의 상큼함으로 입안이 가득 찬다.

광어회, 튀김, 생선요리, 초밥과 마지막 식사로 구성된 코스 요리는 어느 하나도 버리지 못할 알찬 구성으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실속 있는 메뉴 구성이 ‘이노일식’만의 센스를 보여준다.

가끔 매일 먹는 식단에서 벗어나 한 번쯤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다면 이노일식에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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