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담기 경주소방서 외동119안전센터 소방위

 

언덕 위에 있던 공이 아래로 질주하는 것처럼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무덥던 여름이 이제 막 끝난듯한데 옷차림은 날로 무거워진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소방서가 분주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만3천여 건이다. 그 중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1천여 건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고, 화재 원인별로는 전기적 원인에 의한 화재가 9천여 건으로 전체의 약 20%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장소는 주거시설로, 주거시설은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에 비해 재산피해는 적지만 인명피해가 많은 특징이 있다.

전기화재의 원인으로는 전선의 단락(두 개의 전선이 절연물 없이 합선되는 현상), 전로에서의 누전(전기에너지가 전선로 외부로 흐르는 현상), 전기설비의 과부하로 인한 발열 등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에너지를 수송하는 전선로의 이상 현상은 모두 안전과 관련해 중요하지만, 특히 화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과전류에 대해 알아보자.

과전류로 인한 화재는 전선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전기설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과열하지 않는 한계를 전류로 표시한 것이 허용전류이며, 고유저항은 전기가 통하는 물질의 저항값을 의미하는데, 전선의 발열은 전선의 저항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 허용전류에 대해 알아보자. 흔히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문어발식 콘센트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하나의 콘센트에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사용하면 전선에 과전류가 흘러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콘센트에 몇 개의 전기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할까를 결정하는 것이 허용전류이다.

흔히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쓰기 위해 멀티탭 또는 멀티콘센트를 많이 사용하는데, 멀티탭에는 ○A와 같이 허용전류가 표시되어 있다. 가령 2A(암페어)라고 표시되어 있는 멀티탭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2A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기구가 전기에너지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는 전기기구에 표시되어 있다. 전기기구의 측면 또는 뒷면을 보면 소비전력이 기재된 표지가 붙어있는데, 소비전력의 단위는 W(와트)다.

이제 중학교 과학시간을 떠올리며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P=IV라는 식이 있다. 여기서 P는 소비전력, I는 전류, V는 전압인데 우리나라 가정용 전압은 220V다. 허용전류가 2A인 멀티탭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전력이 얼마인 전기기구를 사용해야 할까? P=IV에서 P(440) = I(2) x V(220)이다. 2A의 멀티탭에 연결하는 전기기구들의 소비전력 합을 440W 이하로 유지해야 과전류로 인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전의 아랫목이 지금은 온돌매트, 온수매트 등 전기기구로 바뀌었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때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문명의 이기들을 화재예방에 대한 의식 없이 함부로 사용한다면 아궁이의 장작만큼 위험할 수 있다. 오늘 집에 있는 전기·전열기구를 꺼내서 뒷면이나 옆면에 붙어있는 표시사항을 확인해보자. 간단한 계산과 실천으로 과전류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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