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유한국당에는 과거 친이계(이명박계)나 친박계(친박근혜)처럼 당을 주도하는 세력이 없다. 이전에 없던 다양한 세력들이 자체적으로 세(勢)를 형성해 서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바른정당 출신 통합파 의원들의 복당으로 한국당의 계파 지형도가 더욱 복잡해진 양상이다.

최근에는 특정 세력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속출하고 있다. 먼저 당을 이끄는 홍준표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을 ‘친홍’(親洪·친홍준표)이라고 부른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를 할 때 부지사를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윤한홍 의원과 염동열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인 친홍 인사들이나, 단 홍 대표가 원외 당 대표이다 보니 원내에는 홍 대표 지지 세력이 넓게 분포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계파라기보다는 홍 대표가 당직에 임명해 홍 대표와 함께 정치를 해 나가는 국회의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에 홍 대표도 지난 10일 대구에서 “한국당에 홍준표계는 없다”며 “나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일 뿐이고, 내가 그 사람들의 정치 인생을 책임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복당으로 소위 ‘무대계’(김무성계)라고 불리는 의원들도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무대계 의원은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표현대로 하면 이들 의원 역시 특정 이념을 중심으로 뭉친 계파라기보다는 ‘김무성 의원과 친한 의원들’이다. 현재 홍 대표와 김 의원은 친박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그 세가 현저히 약해지긴 했지만, 친박계 역시 주요 계파 가운데 하나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제명 이후에도 일정 부분 세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친박계에 대해 ‘잔박’(잔류친박)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서청원·최경환·유기준·홍문종·김진태·김태흠·박대출·이완영·이장우 의원 등이 핵심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곽상도·민경욱·윤상직·정종섭·추경호·유민봉 의원 등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이나 관료를 지낸 의원들도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홍 대표에 맞서는 세력으로 ‘비홍’(非洪·비 홍준표)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친박계를 포함해 홍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반발하는 진영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 친박계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홍 대표와 생각을 달리하는 비홍계라고 표현해 주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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