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호소
경북교육청, 교육부 지침만 기다리는 상황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된 가운데 포항지역 수험생들이 수능과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교육당국은 미온적인 대처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진 공포에 교육당국은 포항지역에 이틀간 휴교령만 내려놓고 수험생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뒷전이다. 교육부의 공문만 내려오길 기다리다가 학교에만 전달하는 소위 ‘사다리’ 역할만 자처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벌써부터 수능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와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겹쳐 정서불안 증세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치해두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까지 이어질 위험이 높고 수능 당일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만일 시험장에서 까지 정신적인 증세를 호소하다 시험을 잘못 치르는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상실감이 더해져 이후에는 극단적인 상황으로도 치닫을 수도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을 치르다 지진으로 인해 대피하는 꿈을 꾸는 경미한 증세부터 책상과 의자가 조금만 흔들려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수능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시험 정리는 고사하고 마음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여건에 놓였다.

수험생들은 어떻게 마음을 가눠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극히 일부 수험생만 학교에 문의를 하거나 병원을 찾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방법을 모르고 불안감만 가진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지역 수험생 A씨는 “밥을 먹다가도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주위를 살피는데 큰 차량이 지나갔던 것”이라며 “불안한 상황에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스트레스만 쌓이는데 수능 준비는 준비대로 못하고 있어 어쩔 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 B씨도 “수능 생각에 꿈에서도 시험 중에 지진이 발생해 무너지는 꿈을 꿨다”며 “너무나도 불안한데 시험은 준비해야 하고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나도 막막하다”며 호소했다.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자 교육당국에서는 휴교와 공휴일이 끝나는 20일,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을 조사해 위센터에 상담 조치를 하고 심각한 학생들은 병원의 치료를 실시하겠다는 뒤늦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 최우선으로 두고 계획 중이다”며 “하지만 교육부의 지침 없이는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교육부와 긴밀한 협조 후 공문이 하달되는 즉시 시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관계자들은 “정신적인 불안증세가 온다면 그 즉시 대안을 마련해 치료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20일 조사가 완료되고 치료를 한다고 해도 수능 전날인 22일까지 짧은 기간밖에 없는데 잘못하면 수능 당일 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조속한 대처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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