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민들로 가득 찬 흥해 실내체육관.
"밤새 여진이 이어져 한숨도 못 잤어요."

16일 오전 흥해 실내체육관은 이재민들로 가득 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실내체육관 바닥에 박스와 에어캡 등 단열재와 돗자리 등을 깔고 새우잠을 청했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은 채로 친구들과 안부를 물으며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주택 붕괴 우려 등으로 포항 주민 1천536명은 임시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 교회, 초등학교 강당, 면사무소 등 13개 곳으로 대피했다.

흥해중학교에 재학 중인 유지현(15·여·남성리)양은 "교실 내 집기류가 떨어지고 티비가 부서지는 등 너무 놀라서 눈물이 나왔다. 곧바로 운동장으로 피신했는데 학교 건물 외벽에도 금이 가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수영(15·여·약성리)양도 "놀라서 교실을 뛰쳐나왔다. 집에 흙탕물이 나와 씻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불편하다"며 "금이 가고 창문이 깨진 학교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피해 주민들이 많았다. 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밤을 샌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피소에 모여 앉은 피해 주민들은 끼니가 되자 구호물품으로 제공된 국밥이나 컵라면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한순조(67·여·남성리)씨는 "물건이 다 쏟아져서 집안이 엉망이 됐다. 상수도가 터지는 등 아파트 출입을 금지시켰다. 어젯밤 손녀와 함께 긴급대피장소인 이곳으로 피신했다"며 "시의 빠른 대처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상준(65) 오천읍 자원봉사센터 위원장은 "포항시자원봉사센터의 연락을 받고 왔다. 상황이 끝날 때까지 매일매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 남두이(63·여)씨는 "연세가 있는 분들은 관절이 좋지 않아 바깥에 있는 밥차도 이용할 수 없어 컵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우고 있다.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한숨만 나온다. 하루 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균열이 많아 어떤 식으로 피해가 더 발생할 지 모르니 더 무섭다"며 "다행히 물품 지원이 잘 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왔다. 다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국밥 배식을 맡은 봉사단 '힘찬동행' 천희정 사무처장(47·여·해도동)은 "많은 회원들이 동참하고 있다. 회원들 집에도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있었다"며 "그러나 흥해 주민들이 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오게 됐다"고 밝혔다.

포항시와 자매 결연을 맺은 전주시는 지진피해를 본 포항시에 이재민을 돕기 위한 봉사자들과 함께 이동밥차를 지원했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은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하고 수돗물 병입수 '전주얼수' 1천병과 라면 1천개, 고구마, 쌍화차 등을 전달했다.

이낙연 총리는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방문해 피해 정도를 직접 둘러봤고, 이재민이 모여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해 포항 주민들을 위로했다.
여야 각 당 지도부들도 포항 지진 발생 다음 날인 16일 일제히 피해현장을 찾았다. 여야는 진도 5.4의 강진이 발생한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각 당 대표들은 이날 일제히 포항 지진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둘러본 뒤 피해 수습과 복구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필요한 예산 협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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