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캐나다 동부편 <2>

▲ 프레스코 벽화.

“첫사랑이었다.”

최근 한국 관광객들이 퀘벡 시티에 오면 꼭 하는 일이 있다. ‘도깨비’의 흔적을 찾는 거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tvN드라마 ‘도깨비’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캐나다 퀘벡(Quebec)에서 ‘도깨비 찾기 놀이’가 시작됐다.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드라마 ‘도깨비’ 중)
가장 먼저 만난 곳은 1635년에 만들어진 퀘벡에서 가장 오래된 계단이다. 일명 ‘목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Cou)’으로, 술에 취한 사람들이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다 자주 넘어지고 다쳐 이름 붙여졌다. 계단은 어퍼타운(lower town)인 다름광장과 로어타운(upper town)인 루아얄광장을 연결해준다. 계단 외에도 퓌니퀼레르(Funiculaire)라는 짧은 계단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지은탁(김고은)이 김신(공유)을 따라 ‘빨간 문’을 열면 눈부신 곳이 등장한다.‘프티 샹플랭 거리(Rue du Petit Champlain)’다. 북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번화가이자 아름다운 거리로 꼽힌다. 꽃으로 장식한 벽돌 건물에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줄지어 있다.

‘빨간 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으니 외국 여성이 지나가다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유명한 장소라고 설명을 해 주니, 드라마를 봤다며 ‘황금 우체통’이 나오는 장소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샤또 프론트낙 호텔(Le Chateau Frontenac)은 세인트로렌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져 운치를 더 한다. 드라마에서는 김신 소유의 호텔로 나온다. 호텔 로비의 엘리베이터 사이에 지은탁이 자신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넣는 황금우체통이 있다. 각 층 엘리베이터 벽면에 설치돼 있고, 실제로 오후 5시에 우편집배원이 편지를 수거해 간다.

루아얄 광장(Place Royale)은 퀘벡에서 가장 유서가 깊고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프랑스계의 주민이 많으며, 프랑스어가 상용어로 쓰이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유럽풍의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으며, 퀘벡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노트르담 성당이 있다. 광장 중앙에는 당시 프랑스의 황제였던 루이14세의 흉상이 있다.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돼 있는 퀘벡은 세인트로렌스강 어귀에 발달한 항구도시이다. 지명은 인디언어로 해협, 갑자기 좁아진 지점을 뜻한 것에서 유래됐다. 1535년 프랑스인 자크 카르티에가 이곳을 처음 찾았다. 프랑스와 영국 간에 쟁탈이 이어지다 1763년 파리조약으로 영국령(領)이 됐다. 1867년 캐나다 연방의 설립, 1931년 웨스트민스터 조례로 영국연방에서 완전한 자치권을 획득했다. 1982년 캐나다 최초 헌법의 완성으로 독립 국가를 이루게 됐다.

노트르담 거리와 코테 드 라 몽탄에 위치한 로어타운의 ‘프레스코 벽화’는 현지인들의 삶과 역사를 담았다. 이 작품은 400년 이상 된 것으로, 5층 건물의 한 면 전체가 벽화로 돼 있다. 당시 캐나다와 프랑스 출신의 화가 12명이 작업에 참가했다. 1608년 처음으로 취락을 창설한 샹플랭과 퀘벡 최초의 주교 및 항해자 등 캐나다 역사상 중요한 인물들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안내판을 보며 역사적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밖에도 365일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인 상점 ‘부티크 노엘’과 퀘벡 주 의사당, 아브라함 평원, 노트르담 드 퀘벡 대성당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캐나다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프랑스 퀘벡. 도깨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퀘벡의 명소는 다 둘러보게 된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좀 더 즐겁게 거리를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다를 품은 포항시의 멋진 매력도 문화의 힘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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