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5.4강진이 발생한 포항에서는 밤사이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한 조사가 진척되면서 확인되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여진으로 주민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피해도 늘어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대책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피해규모 천문학적 추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낸 ‘포항 지진 발생 및 대처상황 보고’를 통해 현재까지 부상자 수가 57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상자 중 10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47명은 귀가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은 1천536명으로, 전날 오후 10시 기준 때보다 200명 넘게 늘어났다.
이들은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등 27개소에 대피해 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민간인 시설 피해는 1천197건이다. 주택 피해는 1천98건이다. 완전히 부서진 경우가 3건, 절반이 피해를 본 경우가 219건, 지붕 파손이 876건으로 파악됐다. 상가 84곳, 공장 1곳 등도 피해시설에 포함됐다. 지진으로 인해 부서진 차량은 38대로 나타났다.

학교건물 균열 피해 32건을 비롯해 포항 영일만항 등 3개항에서 13건의 콘크리트 균열 피해가 발생했고, 국방시설 38개소도 지진 피해를 봤다. 대구∼포항 간 고속국도 교량 4개소의 교량 받침이 손상되는 등 11곳이 파손됐다. 상하수도 등 시설 6개소, 상수관 누수 45건 등의 피해도 접수됐다.

◆계속되는 여진 공포

포항에서는 15일 오후 역대 2위 규모인 5.4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6일까지도 여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첫 지진은 본진이 일어나기 약 7분 전인 오후 2시 22분 32초 포항시 북구 북쪽 7km 지역에서 규모 2.2로 발생했고, 12초 뒤인 2시 22분 44초 비슷한 지점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했다.    
약 7분 만인 2시 29분 31초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고, 약 3분 뒤인 오후 2시32분 규모 3.6의 여진이 일어났다.  이어서 2.4∼3.6의 여진이 이어지다 본진 2시간 후인 오후 4시 49분에는 규모 4.3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16일 오전 9시 2분에는 3.8규모의 여진이 또 발생했다.

지진 발생 깊이는 5∼12㎞ 수준으로,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국내 역대 최강(규모 5.8) 경주 지진(11∼16㎞) 때보다 얕았다. 기상청은 이번 포항지진의 여진이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낮 포항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오후 12시25분께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에서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어 지진으로 뒷담이 무너져내린 포항여고를 비롯해 한동대학교 등을 찾아 피해 정도를 직접 둘러보고, 이재민이 모여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해 포항 주민들을 위로했다.

여야 지도부도 이날 포항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역시 포항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항 지진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연기됐는데 재정 당국과 경제팀에서도 면밀히 보고 있다” 면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고, 필요할 경우 예비비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피해 상황 집계가 완료된 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지진 트라우마도 심각

강진 이후 계속된 수십 차례 여진에 겁을 먹은 대부분 시민은 밤이 됐는데도 집에 들어가는 걸 포기한 상태다.    
진앙 깊이가 9㎞로 1년 전 경주 지진 때보다 얕아 또다시 지진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좀 더 안전한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몰리고 있다. 전날 늦은 밤까지 집에 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가족이나 친지 등과 함께 식당과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고 길에서 배회하기도 했다.

◆한반도 지진안전지대 아니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년 2개월 만에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진 발생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기상청은 경주 지진이 발생했던 양산단층의 지류라 할 수 있는 장사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주와 포항 지진의 진앙 간 거리는 불과 43㎞ 수준이다.
 지진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진 빈발 지역이 아니었지만 최근 동아시아 지역 지질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입 수능 앞둔 불안감도 문제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수능성적 통지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진피해를 경험한 포항지역 수험생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종합 지진 대책 서둘러야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내진 설계를 통해 더 높은 강도의 지진이 와도 큰 피해가 없도록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큰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고, 지방정부도 자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민간 건물, 단독주택 등에 대한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포항시는 이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고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제반 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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