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항의로 공사 중단, "또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맹비난

“사람중심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탄생한 정부에서 벌인 사업이 고작 이런 것”

포항 강진이 발생한 흥해읍에서 부산국토관리청의 용역을 받고 공사 중인 한 회사가 진동롤러장비를 동원한 공사를 강행해 말썽이다.

지난 18일 흥해읍 7번국도 우회도로 건설현장. 부산국토관리청이 주관한 이 우회도로 공사장에서 한 용역업체가 진동롤러와 굴삭기 등을 이용해 땅을 다지는 공사를 강행했다.

이날은 포항 흥해읍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규모 5.4 강진이 있는 날로부터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또 다시 들이닥칠 지 모를 지진 공포에 강진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극에 달한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는 위중한 때였다.

그런데 뜬금 없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7번국도 우회도로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강행됐다. 업체 측은 이날 진동롤러와 굴삭기 등을 동원했다. 근방에는 매산리와 마산리 마을이 있고, 지진피해를 크게 입은 아파트단지도 있었다.

이날 업체의 땅을 다지는 진동여파가 인접 지역까지 크게 전달되면서 놀란 주민이 업체에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 홍모씨는 “우리집 역시 지진피해가 심각해 업체 측에 땅을 다지는 진동롤러 공사를 당분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며 “포항시와 지역구 의원, 부산국토관리청에까지 전화를 해서 공사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며 중단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신경써 주질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날 홍씨는 “자신이 직접 롤러가 지나가는 공사장에 드러누워 현장 인부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업체의 공사강행을 중단시켰다”며 “주민을 짐승으로 보지 않고는 이런 피해 지역에서 진동롤러로 땅을 두드리는 공사를 하기 힘들다”며 공사 시행사를 강력 비난했다.

가까운 흥해읍 마산리의 세종아파트 주민 역시 “공사장에서 들어온 소음과 진동으로 지진이 또다시 일어난 줄 알았다”며 “지진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고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마당에 진동기로 땅을 다지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현재 주민들이 항의로 이 우회도로 공사는 잠정 중단됐다.

이번 지진으로 흥해읍 상당수 아파트가 심한 균열이 간데다 1천500여 명의 이재민과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포항지역을 특별재난재해지역으로 선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급공사에서 이 같은 일을 자행에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흥해읍 한 주민은 “온 나라가 흥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런 위중한 시국에 땅을 파헤치는 업체와 시행주체인 부산국토관리청이 제정신인지 의문이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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