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성희롱 논란 일파만파

▲ '또 한명의 피해자입니다' 대자보 전문.
포스텍 남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희롱하거나 성추행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학 측의 학생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 동아리 내에서 벌어진 단톡방 성희롱에 관한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 부착됐고, 이에 징계의 일환으로 해당 동아리가 제명되는 일이 발생했다.

20일 아우름홀 정문에 붙여진 대자보에는 '또 한명의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교내에 만연해 있는 성희롱에 대해 고발했다.

대자보에는 "거절을 하였음에도, 동아리원들은 타 대학 고학번 선배 옆자리에 앉혔다. 그 선배는 어깨를 끌어 당기고 강제로 안으려는 제스처를 취하며 성추행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며 "눈을 마주친 동아리원들은 시선을 돌리며 그 자리를 피했다. 해당 동아리 구성원들은 방관자로 남았으며, 해당 동아리의 자정작용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는 가장 주된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2016년 2학기 해당 동아리의 일원들이 공식적으로 등록했던 팀 소개글에는 전 여자친구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내용이 존재할 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를 깎아내리는 내용 또한 포항돼 있다"며 해당 동아리의 소개글 일부를 발췌해 밝혔다.

소개글에는 "침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필드 위에서도 완급조절도 상당한 A선수, 한 때 윙포워드의 꿈을 꾸다 수비로 좌천돼 매우 B(C선수의 전 여자친구, 형용사로 쓰임)한 C 선수, 골뱅이 패티쉬 D선수(D선수의 이름 사이에 '@'가 붙어 있었음), 골키퍼에는 요즘 a→b로 승격해 새 출발을 준비 중인 E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돼 있다.

이에 글쓴이는 "a는 E선수의 전 여자친구의 마지막 이니셜이고, b는 E선수의 현 여자친구의 마지막 이니셜"이라며 앞서 피해자가 유일하다는 댓글에 전면적으로 반박했다.

또 "남자들끼리의 대화라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 매니저, 여자친구, 다수의 불특정 여성들에게 했던 모든 얘기들과 행동들을 돌아보고 사과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피해자 대보자 옆에 붙여진 ‘교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과문’에 따르면 "문제가 일어났던 카톡방은 분명 존재했다"며 "몇몇 동아리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언급하며 성적인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다수의 동아리원이 포함된 카톡방에서 성적인 대화가 오간 점을 인정했다.

또 "피해자가 언급하기 전에 미리 사과하지 못한 점, 동아리 차원에서의 예방과 사건 이후 대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고,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동아리는 지난 12일 진행된 11월 정기 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 해당 동아리 징계에 대한 논의'건으로 상정됐고, 동아리연합회 자치 규칙 18조에 의해 제명됐다.

포스텍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이 대학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관련 사건은 총 11건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 들어서만 두 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 모 학과 MT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며, 4월에는 성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대학원생이 자살했다.

이 밖에도 '포항공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계정에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어 포스텍 학생들의 성범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성폭력위원회가 진상 조사를 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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