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막해 ‘동양의 진주’ 베트남 호찌민시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개막 6일 만에 관람객 12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6일 밤 10시까지 총 관람객 128만6천명을 넘어섰다.

조직위는 이런 분위기라면 행사기간인 23일간 목표관람객 296만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행사 장소별 관람객을 보면 행사 주 무대가 위치한 호찌민 시청 앞 ‘응우엔후에’ 거리가 67만여 명으로 단연 최고로 집계됐다. 1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행사 2일째부터 세계민속공연, 한국전통공연, 한-베 전통무술시범공연, 바다소리길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으로 호찌민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12일부터 매일 밤 열리고 있는 ‘한-베 EDM 페스티벌’은 행사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야간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응우엔후에 거리의 특징을 정확히 분석·기획한 것으로 행사 초반 분위기를 이끄는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다음은 행사의 메인 전시관인 한국문화존, 시군 바자르, 경제 바자르, 베트남 바자르 등이 위치한 9.23공원이 29만7천여 명으로 뒤를 이었다. 9.23공원은 데탐여행자거리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관람객 중 외국인 관광객들의 비중이 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 ‘한-베 미술교류전’이 열리고 있는 호찌민 시립 미술관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뮤지컬 ‘플라잉’이 열리는 벤탄극장, 뮤지컬 ‘800년의 약속’과 ‘용의 귀환’이 펼쳐진 오페라하우스, 국립무용단의 ‘묵향’ 공연이 열린 호아빈 극장 등 호찌민 대표 공연장들은 연일 90% 이상의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프로그램들이 고르게 사랑받고 있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행사 6일 만에 관람객 100만을 돌파하고 날이 갈수록 공연장이 거의 만석을 달성하는 등 행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어 입소문 효과를 실감한다”며 “남은 기간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호찌민 시민들을 감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과 경북, 경주를 널리 알려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진으로 힘든 지역경제에 보약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에 널리 퍼진 고품격 ‘묵의 향기’
국립무용단 ‘묵향’… 2천석 호찌민 호아빈 극장 만석
“어메이징, 이런 공연 처음”… 몸으로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

사군자(四君子)를 무대 위에 형상화해 선비의 도와 인품을 함축적이고 고아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고품격 공연 ‘묵향’이 호찌민시에 ‘묵의 향기’(Scent of Ink)를 널리 퍼트렸다.

16일 오후 7시 호찌민시 호아빈극장에서는 2013년 초연 이래 매 시즌 공연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국립무용단의 ‘묵향’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매·난·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제1장 ‘서무’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며 거문고 중모리 장단과 콘트라베이스의 중저음이 밸런스를 이루는 가운데 하얀 도포를 입은 남성 무용수들이 공연의 문을 연다.

2장 ‘매화’는 이른 봄 추위를 무릎쓰고 제일 먼저 피어나는 매화를 표현한다. 여성 무용수의 솔로 춤으로 시작해 여성 군무가 합세하며 가냘프면서도 예리한 품사위로 매화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3장 ‘난초’는 여름 날 깊은 산 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 전하는 난초를 그린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하모니를 배경을 난초가 지닌 외유내강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곧은 선비의 기개를 품은 남성 무용수들과 고학한 향을 발하는 귀한 난초꽃을 상징하는 세 명의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4장 ‘국화’는 늦가을의 추위를 이겨내며 피어나는 국화의 개화 순간을 표현한다. 노란 국화의 빛깔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의 너른 들판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5장 ‘오죽’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품고 있는 대나무를 상징한다. 선비의 기개, 오죽, 바람소리처럼 단음의 대금연주가 무대위에 퍼져간다. 손에 쥔 긴 장대를 들어 가늘을 가르고 바닥을 치는 강한 소리로 대금 산조의 선율을 부추기는 남성 무용수들의 모습이 관람객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전체를 마무리하는 6장은 사계절의 조화와 군자정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조화로운 군무로 표현한다. 가야금과 바이올린의 충돌과 조화, 동양과 서양의 만남, 음과 양의 만남, 각자의 빛을 발하던 순간에서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시간. 이 순간이 ‘묵향’ 그 자체이다.

1시간의 공연을 숨죽여 바라보던 관객들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엄청난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미국에서 온 다니엘 말치스(Daniel Marchese, 28) 씨는 “베트남에 살고 있는 친구의 소개로 공연을 보게 됐는데, 매우 놀라운 공연이었다”며, “사계절의 표현이라는 아이디어 뿐 아니라 의상이 너무 아름답고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예술적이었다”며 ‘어메이징’을 외쳤다.

호찌민 사범대 학생 휭티 또 응언(Huynh Thi To Ngan, 18) 양은 “이런 공연은 처음 보는데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연이라 눈을 떼지 못했다”며, “호찌민-경주엑스포의 다른 프로그램도 꼭 보러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존 앞 체험무대, 매일 두 차례 한국 전통혼례… 열흘치 예약 완료
“한국 전통혼례로 이제 신랑신부 됐어요”

호찌민시 9.23공원 내 한국문화존 앞 무대에서는 매일 오후 4시, 7시(한국시간 오후 6시, 9시) 두 차례 한국 전통혼례가 펼쳐지며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국예절교육원(원장 김행자)이 주관하고 전통혼례단이 진행하는 전통혼례 체험은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혼례를 체험하고 그것을 시연하는 행사다.

16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6시)열린 한국 전통혼례 체험에는 실제 커플인 하이화(21) 군과 쑨꾼(19) 양이 신랑, 신부 역할을 맡아 전통혼례를 올렸다.

혼례는 초례(양가 혼주의 당부말씀), 전안례(신랑의 혼인서약), 교배례(신랑, 신부의 맞절과 술마시는 의식), 합근례(표주박 잔에 술을 부어 교환해 마시는 의식), 현구례(신부가 시댁부모님과 친지들께 인사드리는 의식) 등 한국 전통혼례의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처음 한복을 입고 복잡하고 낯선 의식에 따라 혼례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 이를 지켜보는 관람객들 모두 진지함과 웃음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신부 쑨꾼(19)양은 “며칠전 한국문화관을 둘러보던 중 전통혼례 체험 신청코너가 있어서 신청하고 며칠을 기다려 체험을 하게 됐다”며, “절하기 등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이런 경험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우리 커플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폭우도 잠재운 한복과 아오자이의 매력
18일 저녁 7시(한국시간 밤 9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 일주일을 맞아 호찌민 시청 앞 응우엔후에 거리는 한복과 아오자이의 환상적인 만남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한-베 패션쇼’의 개막을 앞두고 오후 5시경부터 호찌민시에는 낙뢰와 폭우가 쏟아졌다. 행사 취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7시경부터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저녁 7시30분경(한국시간 저녁 9시 30분) 환상적인 ‘한-베 패션쇼’가 시작됐다.

KBSN 조은지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린 ‘한-베 패션쇼’에는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흥 탄 냔 호찌민시 문화체육국 부국장, 김춘희 경북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과 베트남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전통의상 한복과 아오자이의 만남 ‘한-베 패션쇼’는 아오자이 박물관 창립자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 디자이너 ‘씨 황(Si Hoang)’의 컬렉션으로 문을 열었다. 씨 황 디자이너는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다채로운 아오자이를 선보였다.

이어진 디자이너 ‘딘 반 터(Dinh Van Tho)’는 ‘우리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실크소재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결합한 다채로운 색감의 아오자이를 선보였다. 베트남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모델의 우아한 발걸음에 따라 아오자이 자락이 아름답게 날리는 모습에 관객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한-베 패션쇼’ 축하공연으로 가수 득 뚜언(Duc Tuan)과 댄스그룹 ABC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데 이어, 세 번째 베트남 디자이너 투안 비엣(Thuan Viet)의 무대가 펼쳐졌다. 디자이너 투안 비엣은 ‘Hello, Vietnam’을 주제로 베트남의 동화와 소수민족의 문화를 모티브로 삼아 전통 실을 이용한 컬렉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패션쇼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영희 패션쇼 1부에서 조선시대 왕실의 위엄과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궁중의상과 한국의 사계절을 테마로 만든 계절 한복이 런웨이에 오르자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1부가 끝난 뒤에는 경북회 10여 명의 회원들이 쓰개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전문모델들과는 다른 한국의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영희 패션쇼 2부는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영희 디자이너는 ‘모던 한복쇼’를 통해 동양의 선과 색, 서양의 모던한 패턴을 결합한 한국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특히 뉴욕 컬렉션과 파리 컬렉션 등에서 열렬한 찬사를 받았던 ‘바람의 옷’이 무대에 오르자 관람객들은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터트렸다.

오늘 패션쇼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이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패션을 통해 양국의 우정을 재조명하고 감동을 준 ‘한-베 패션쇼’가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10년째 호찌민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안상윤(42)씨는 “호찌민 교민 모임을 통해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에 대해 알게 돼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행사를 즐기러 나왔다”며 “한-베 패션쇼처럼 완성도 높은 행사를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행사가 너무 반갑고 앞으로도 다양하게 호찌민-경주엑스포를 즐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찌민 시민 튀 짱(Thuy Trang, 23)양은 “호찌민 시청 근처에 근무하고 있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호찌민-경주엑스포를 다양하게 즐기고 있다”며 “이번 패션쇼는 아오자이와 한국 전통한복의 아름다움과 화려한 색감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안젤리나 터너(Angelina Turner, 32)씨는 “한국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한복 패션쇼는 처음 관람했는데 아오자이와는 또 다른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오자이와 한복은 동양적인 신비로운 느낌과 화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있는 것 같다”며 동양 의상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

태풍을 이기고 5천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한복과 아오자이의 만남’은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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