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진 이후 진앙 주변 곳곳에서 ‘액상화’ 현상이 확인되면서 포항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학계에서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액상화 현상이 맞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액상화는 강한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올라 지반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 포항지진이 처음으로, 이 때문에 건물이 내려앉거나 기우뚱 쓰러지는 등 건물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 의뢰로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 사업을 하는 부산대 손문 교수팀은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7세기 우리나라에 큰 지진이 왔을 때 액상화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고,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도 18일 포항지진 진앙 주변 지표지질 조사를 통해 액상화 현상 때 나타나는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와 머드 볼케이노(진흙 분출구)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관련기관들도 흥해읍 망천리의 진앙 인근 논밭에서 지반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땅밑 20m를 넘어 기반암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파고들어 갈 예정으로, 오는 22일까지 시추를 계속할 계획이다. 

액상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영역은 진앙을 중심으로 5㎞ 안팎으로, 재난안전연구원은 이 범위 안에서 위치를 선정할 계획이다.

액상화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행정안전부다.

기상청은 내년까지로 예정된 지진 관측소 추가 설치를 위해 기존에 시추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시추 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지진이 터지자 액상화 조사에 참여했다.   

 향후 행안부는 이번 시추로 나온 샘플을 통해 지반이 얼마만큼의 압력을 견뎌내는지 등을 시험해 액상화를 판단할 계획이다. 
 
학계 및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 액상화 현상이 맞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진이 난 포항은 연약지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가능성이 큰 단층대에 걸쳐 있고, 연약지반도 많은 지역이라면 각별히 세심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학계에선 기초 공사를 지반 깊숙이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하지만 그런 정도로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계는 물론 시공 전 단계에서 내진 대비 조치가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정부도 내진 설계와 시공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률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포항지진의 철저한 원인분석을 통해 향후 닥칠 수도 있는 더 큰 지진에 대비하는 노력이 민간은 물론,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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