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편집국 부국장

 

한반도 지진 관측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 강진이 지난 15일 포항을 뒤흔든 지 일주일이 됐다.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지진 공포가 포항을 강타해 도시 전체가 흔들렸다. 지난해 경주지진(규모 5.7)에 이어 1년 새 이웃한 포항에 강진이 일어나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물론이고 대부분 포항 주민들도 ‘지진 트라우마’에 휩싸여 힘겨워했다.

특히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혼란이 겹쳤다. 게다가 지반이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이 최초로 관측돼 불안을 가중시켰다.

강진에다 수능 연기, 액상화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포항은 혼돈 자체다.

천재지변은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이다. 땅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기에 불안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천재지변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또한 하늘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초기의 혼란이 빨리 수습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정부와 포항시, 경북도는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무너진 벽을 세우고, 마음의 상처를 서로 보듬으며,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한낱 티끌에 불과한 인간의 DNA는 이처럼 위대하다.

무엇보다 대피소를 전전하던 이재민들이 이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22일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22가구 주민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인 장량동 휴먼시아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포항시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160가구가 최대한 빨리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LH와 함께 다양한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대 2년까지 임대 아파트에 살 수 있고, 최대 1억원까지인 전세금과 월 임대료는 포항시와 경북도가 지원한다. 수도·전기료, 가스비 등 생활비만 부담하면 된다.

지진 이후 1주일간 숨가쁘게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31초 포항시 북구 북쪽 9㎞(흥해읍 용천리)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22일 현재 61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인적·물적 피해가 막대하다. 포항시내 5개 병원에 14명(중상 4, 경상 10)이 입원중이다.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없다.

재산피해액은 이날까지 775억9천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도로, 항만, 학교 등 공공시설은 404건, 532억1천8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흥해읍 아파트와 양덕동 원룸 등 사유시설은 1만3천739건, 243억7천8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재민은 흥해체육관, 흥해공고체육관, 기쁨의교회 등 11곳 대피소에 1천103명이 분산돼 있다.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답지하고 있다. 생수, 침구류 등 25만여 점이 접수됐다. 일본 아이치현에 사는 한 일본인도 핫팩 240개 등을 보내왔다.

국민성금도 100억원이 모금됐다. 47억원이 입금됐고, 53억원이 약정됐다. 재해구호협회는 12월 15일까지 성금을 모은 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을 합쳐서 이르면 12월 말까지 배분위원회를 열어 배분한다.

공공시설 95%, 사유시설 91%가 응급조치로 일단 복구됐다.

공무원, 군인,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 등 3만9천여 명이 복구 작업 등에 나섰다.

지진이 수능 시기와 맞물리면서 최초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됐다.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한 특단의 조치였다.

또 최초로 액상화 현상도 관측돼 기상청, 재난안전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등에서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부겸 행안부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모두 다녀갔다.

무엇보다 지진 피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복구에 힘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피해복구 비용 중 지방비 부담액의 64.5%가 국고로 추가 지원된다. 또한 건강보험료 경감, 통신·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 감면 등 6개 항목의 간접 지원도 이뤄진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정부는 사유시설에 지진피해 보조금(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을 준다.

현행법상 최상의 지원이긴 하지만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대피소에서 힘겨운 겨울을 나는 이재민들에겐 충분하지는 않다.

이에 포항북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20일 국비지원액을 현행 최대 900만원에서 2억4천만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진 피해로부터 현실에 맞는 복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관광·음식·숙박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주말과 휴일, 죽도시장과 영일대해수욕장, 호미곶 등을 단체로 찾던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해병대의 고장’, ‘포스코 신화의 땅’ 포항이 초유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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