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던 북한 병사는 어깨 팔꿈치 등 5~6곳에 총상을 입어 5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고, 이틀 후 복벽에 남은 총알을 제거하는 등 2차 수술을 받았다.
지난 20일에는 의식을 되찾은 후 의료진 질문에 눈을 깜빡이고 표정을 바꾸는 반응을 보였고, 간단한 의사 표현도 했다.
귀순 북한 병사는 의식을 찾은 뒤 "여기가 남쪽이 맞습네까", "남한 노래가 듣고 싶습네다"면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고 한다.
유엔사가 한 차례 연기했던 북한 병사의 귀순 당시 JSA 영상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상이 공개되면 얼마나 많은 총탄이 남쪽으로 넘어왔는지 또 귀순자 구조 과정에서 우리 측 JSA 경비대대 대처가 적절했는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또 대대장이 총상을 입은 귀순 병사를 끌어오는 장면이 찍힌 열상감시장비 영상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귀순 병사가 남한 노래가 듣고 싶어 탈북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을 동경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것만 보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힘이나 무기가 아니라 정신과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문화는 전쟁 없이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다. 공자가 노나라 대사구 벼슬을 할 때 정치가 잘 다스려지자 이웃나리인 제나라는 노나라가 잘 다스려지면 제나라 백성들이 모두 노나라로 가버릴까 봐 겁이 나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여악(女樂)을 노나라에 들여보내어 노나라 풍속을 어지럽게 하여 노나라 대부가 제나라 여악을 보고 3일간 조회를 열지 않자, 공자가 벼슬에서 물러나 버렸다.
또한 초한시대 때 유방과 항우가 전장에서 격돌할 당시 한나라 유방은 초나라 항우 군사들에게 밤중에 사향가(思鄕歌)를 들려주어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싸우지 않고 노래로써 승리를 했다.
이처럼 문화가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핵을 핵으로 이기려 하지 말고 문화정책으로 북한 백성의 마음을 이끌어 내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세월은 흘러도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을 강조했다. 나라의 체제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들고,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문화의 힘을 피력했다. 그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준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을 위대한 나라라고 보는 근저에는 문화의 힘이 곳곳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국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문화의 힘으로써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 말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한 층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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