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11월 21일 미 국무부가 북한의 김정은과 불량정권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 지정한다.'고 결정했는데, 이는 북한이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한 뒤인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지 9년 만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엄중한 도발이며 난폭한 침해”라고 하면서, “미국은 감히 우리를 건드린 저들의 행위가 초래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테러지원국이란 미국이 테러활동에 연루됐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한 국가들을 지정해 각종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시리아와 이란, 수단이 이미 지정돼있다.
이같이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으로 이어진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북한 김정은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외국 영토에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무참히 암살하고, 미국 시민권자인 오토 웜비어까지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개별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북한이 지속해서 보여준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 해온 행위의 결과이다.

또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을 통해 핵 초토화로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인간의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는 악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2008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정이 해제됐지만, 오늘 날 우리가 보듯 실패한 북한의 비핵화도 한몫했다.

이번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해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게 불량국가로 낙인 하여 고립화를 겨냥함으로써, 외교∙경제적으로 최대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할 수 있는 대북 압박 강화 조치의 일환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초강력 압박을 가함에 따라 북핵과 미사일 위기 이래 한동안 대화 가능성을 탐색해왔던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지만, 재지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교해법의 유효함을 강조하면서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압박함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 방위적 제재와 미국 등의 독자제재를 받아온 터라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추가제재가 미칠 직접적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되면 미국과의 외교관계 복원이 매우 어려워지며 국제사회에서도 위험천만한 불량국가로 더욱 낙인찍히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중공 대북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의 도발 중단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빈손'으로 귀국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극약 처방'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이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불법적 행동들을 계속 지적하기 위한 것이며, 김정은 정권이 걸어 나와 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하는 문제를 사전협의하는 과정에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의 길은 항상 열려 있고, 북한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할 경우 언제든지 수용해 대화해나갈 준비가 돼있다는 점과 이번 조치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의미하기보다는 순수하게 미 국내법 절차에 따라 한 것이라는 사실이 언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이 언제라도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해놓고 압박하자는 입장이고, 미국은 북한이 지금 어차피 대화에 관심이 없는 만큼 고통스럽게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관점 같다.”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그리고 지난 9월 결정한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면서 핵심 논평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엔과 미 행정부의 각종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자체로 입게 될 실질적 불이익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 ‘살인정권’으로 낙인찍으면서 북한의 경제적·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어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북·미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평론가들은 북한이 이미 최고수준의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와 예산 2천여 억 원을 편성한 대북 경제적 지원사업과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재개가 어렵게 되었고,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북한에 대해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겠다면 북한의 노예가 되는 길밖에 없으므로 우리도 사생결단의 의지와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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