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축산농협 직원들이 핫 팩을 나눠주고 있다.
○… "친구야, 수능 잘 쳐~"

“친구들아, 수능 대박나길 바랄게!”

23일 오전 7시30분께 포항이동중학교(이하 이동중) 정문 앞.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일주일간 연기된 수능을 치르기 위해 580여 명의 수험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애초 포항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봐야 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학교에 많은 피해가 발생, 이동중으로 고사장이 바뀌었다. 포항 지역 전체 수험생은 6천98명으로, 바뀐 고사장 4곳에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은 모두 2천41명이다.

바뀐 시험장은 지진 피해가 심했던 포항시 북구 지역에 있는 일부 시험장을 남구 지역의 학교로 대체했다. 수능 당일이지만 시민들의 협조와 교통 경찰들의 지도로 교통 흐름이 원활해 수험생들이 고사장에 진입하는 데에는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수험생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입실을 했다. 전날 있었던 예비소집에서도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나와 안심했다. 그러나 여진이 일어날 때마다 건물 밖으로 피난해야 했던 많은 수험생들은 대체적으로 긴장감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험생 김 모(19)양은 “너무 많이 떨린다. 평소 실력대로만 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여진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긴장을 한 수험생에게 무엇보다도 친구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수시에 합격해 친구들을 격려하러 온 중앙여고 3학년 문보람(19)양은 “이때까지 함께 고생했으니 반 친구들이 수능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워진 날씨에 수험생들을 위해 핫 팩을 나눠준 정토회 관계자는 “중학교 3학년 아이를 두고 있다. 수험생들은 내 아이들이나 다름없다”며 “좋은 일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포항축산농협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 시민들에게 녹차와 커피, 핫 팩 등을 준비해 나눔을 함께 했다.

이상영 포항축산농협 이사는 “지역의 금융기관으로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며 “지진 피해로 인해 학생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아침에 따듯하게 손이라도 데울 수 있는 차를 준비했다. 기운내서 수능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게 간절히 기도"

매년 수능 당일 학교 앞에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을 격려하는 함성이 사라졌다. 이번 수능은 한 주 연기된데 이어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지역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듯 시험장 주변이 여느 때와는 달리 비교적 조용했다.

이날 두호고 시험장 입구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열기 대신에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가 볼만했다. 지진피해로 인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어깨도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시험장 입실 마감시각인 8시10분께 한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두호고 앞에서 황급히 내려 감독관의 안내로 시험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경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수험생은 시험시간을 맞춰 도착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 수험생은 포항 의현사거리에서 교통정체가 심각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극적으로 시험장 입실 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오전 8시10분 시험장 문이 닫힌 뒤에도 일부 수험생 가족은 시험장을 떠나지 못하고 자녀의 수능시험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부모 관계자는 “이날 하루만큼은 수능을 치르는 자녀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진이 잠잠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 “우리 막둥이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포항제철중학교 교문 앞에는 취재진들과 경찰, 그리고 많은 수험생들 가족들이 추위를 느끼지 못한 채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10여 명의 경찰들은 혼잡한 교통을 정리하며 수험생들이 탄 차량을 원활히 이동하게끔 지도했다.

오전 7시 12분께 제철중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표를 확인한 수험생 김동기(19) 군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종아리까지 오는 검은 롱패딩을 입고 한 손에는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수능 한파에 단단히 준비했다.

김 군은 “수능 연기로 일주일간 부족했던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며 "시험을 치는 동안은 제발 지진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형섭(19) 군은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부모님은 애틋하게 바라봤다.

김 군의 모친인 김현숙(50·여) 씨는 “아들이 지진으로 인해 심적 불안감을 느끼지 말고 본 실력대로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며 “타지역 학생들보다 포항 학생이 조금은 불리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수험생 입실시간인 8시 10분이 지났음에도 몇몇 학부모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학교 정문을 바라봤다.

이번 포항 11.15 지진발생으로 수능연기가 된 탓에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모두 마음고생을 했지만 모두 좋은 결과가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