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탈세·부동산투기는 ‘시점 무제한’…위장전입·논문표절은 ‘특정시점’ 이후

불법적인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은 물론 성(性) 관련 범죄와 음주운전에 적발된 경우에도 고위공직자 임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병역면탈과 탈세·부동산투기는 부정행위 시점과 무관하게 적용하되,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범죄로 인식된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은 특정한 시점 이후에 저지른 행위에만 적용키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7대 비리·12개 항목’의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22일 공개했다.

이번 인사 기준 마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 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9월 4일 인사시스템 개선을 거듭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 인사의 고위공직 배제 등 ‘5대 인사 원칙’을 천명해왔지만, 원칙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새 정부 장관급 인선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박 대변인은 “대선 공약이었던 5대 비리를 7대 비리, 12개 항목으로 확대하고, 고위공직 임용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비리의 범위와 개념을 구체화했다”며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에 더해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를 추가해 7대 비리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발표안을 살펴보면, 먼저 ‘위장전입’ 기준과 관련해선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논문표절’의 경우에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 박사학위 논문이나 주요 학술지 논문 등에 대한 표절·중복게재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판정한 경우에 한해 임용을 배제했다.

‘음주 운전’은 최근 10년 이내에 음주 운전을 2회 이상 했거나, 1회 했더라도 신분을 허위 진술한 경우 고위공직 진출이 원천 차단되도록 했다.

또 ‘성 관련 범죄’의 경우 국가 등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등 중대한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해당한다.

박 대변인은 “5대 비리 중 부동산 투기는 주식·금융거래 등이 포함된 불법적 자산증식으로, 논문표절은 연구비 횡령 등이 포함된 연구 부정으로 그 개념을 확대했다”며 “이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객관적인 원천 배제 기준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타당성도 고려했다”며 “관련 법령 위반으로 인한 처벌,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자 포함 등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불법적 흠결에 해당할 경우는 임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 임용 원천 배제는 인사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가 전날 발표한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자 임용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해 “버스가 지나간 뒤 손 흔드는 뒷북이자, 실천 의지가 전혀 없는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5대 인사배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성(性) 관련 논란을 빚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음주 운전 전력이 드러난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가족의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된 홍종학 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그 사례로 꼽고 아울러 문 대통령이 최근 홍종학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고 한 점을 거론하며 “이는 국회와 야당, 언론을 무시, 멸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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