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포항강진으로 23일 현재, 피해액이 84,696백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76명의 중경상, 공공시설 404건 53,223백만원, 사유시설 17694건, 31,473백만원, 13개 대피소에 1,377명이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피해복구를 위해 연인원 43,556명, 장비 349대를 동원해 91.5% 응급조치를 마쳤다.

사상 초유의 강진에 놀란 포항시 이재민들의 겨울나기가 눈물겹다. 전국 곳곳에서 위로의 성금과 구호물품이 지원되고 있지만 이재민의 심리적 고통은 물질적 손실보다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추위는 다가오고 집을 잃고 갈 곳이 없이 두려움에 떨며, 추가 지진을 우려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밖을 떠돌거나 타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재민들에게는 올 겨울이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이재민 외에 상당수 시민들이 지진대피소를 찾아 끼니를 해결하며 여진에 불안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이번 포항지진에서 보듯 자연재해는 인간이 이뤄놓은 것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지진을 경험해 본 사람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또한 보금자리의 중요성과 천재지변이 없는 안정된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낀다.

이번 지진피해로 가진 모든 것을 잃고 삶이 막막해서 사는 것이 싫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것은 빨리 잊고 웃으면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희망이 분명 보일 것이고, 앞으로의 삶도 끝없는 사랑과 나눔으로 채워질 것이다.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은 아프리카 남부의 건조한 초원이나 반사막지역에서 사는 초식동물이다. 새 풀밭을 찾아 수천, 수만 마리씩 떼를 지어 옮겨 다닌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행렬을 이루며 풀을 뜯어먹지만, 무리 앞쪽의 스프링복들이 풀을 다 뜯어먹어 버리면 먹을 것이 부족해진 뒤쪽 녀석들은 풀을 차지하기 위해 점차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앞쪽의 녀석들도 선두를 뺏기지 않으려고 달려간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무리 전체가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가게 된다. 근사한 새 풀밭이 나타나도 녀석들은 풀을 뜯어먹으려 멈추지 않는다. 무조건 달리기만 한다. 그러다 낭떠러지를 만나 앞의 녀석들이 떨어져 죽어도 그대로 달려가다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모두가 경쟁에서 승리해서 행복질 수는 없다. 오히려 극단적인 경쟁심이 오히려 사회의 무질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끝이 있듯이 우리의 삶에도 반드시 끝이 있다.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는데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잘 견디는 자가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슬기롭게 어려움에 대처하기를 이재민들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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