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때 표구를 배우기 시작해서 47년간 표구에 인생을 건 박경원(62) 표구원은 오늘도 고객이 의뢰한 고서화 작업에 들어간다.

부친의 권유로 첫 발을 내딛게 돼 인생의 전면을 장식한 표구는 박 씨에게서는 뗄레야 뗄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70년대에는 기술을 하나 배우면 평생 먹고 살 수 있기에 표구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월급을 받기는커녕 혼나고 맞고 혹독하게 배웠다.

그래도 나름의 손재주는 있어 빠르게 배운 편이란다.

78년도에 결혼을 하면서 평생 동반자를 얻은 것 뿐만 아니라, 사업 파트너도 얻은 아내 박 씨와는 동네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잉꼬 부부다.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늘 붙어 있으며 같이 작업하는 박 씨 부부는 찰떡궁합 환상의 파트너 그 자체이다.

보통 한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완성까지 열흘이 걸린다. 액자 등을 주문하는데 4일이 걸리고, 나머지 6일이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병풍은 이보다 조금 더 걸려 보름 정도가 돼야 완성 된다. 한 면당 10만원에 총 8면인 병풍은 80만원이 호가하는 고가지만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하고 있다.

줄자로 사이즈를 재고, 한 땀 한 땀 재단하는 디테일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벽에 세워 놓기만 해도 기품이 흐르고, 섬세한 붓 터치는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이룬다.

때문에 일반 시중에서 저렴한 20만원대의 병풍이랑 비교하면 섭섭할 지경이다.

작품은 형태와 크기와 질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그렇기에 최소 3만원에서 최대 몇 백 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된다.

최근 의뢰 들어왔던 광개토대왕릉비 족자는 고구려의 기상을 살아있는 듯이 생생하게 표현해 고가로 판매됐다.

박경원 표구원은 “작품이 완성되면 1~2년만 보고 말 것이 아니기에 손님이 질리기 않도록 신중을 가해 작업에 임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 씨는 작업에 들어가면 앉을 새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한다. 요즘에는 표구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부부 단 둘이서 일하기에 무릎 관절은 물론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50년 가까이 표구와 함께 한 그는 점점 사라져 가는 표구원들 중 한 사람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표구 작업을 계속 하겠다는 박경원 표구원은, 손님이 작품을 받았을 때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뼛속부터 표구원의 DNA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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