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개 업체 중 20여 곳만 이재민 돕기에 나서

시민들, “수 십 년간 포항에서 이익 올린 업체들 나 몰라라 해선 안 돼”

포항 지진 피해 규모가 1천5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을 터전삼아 성장해 온 철강공단 업체의 기부 열기가 미지근해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철강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통분담 차원에서 성금을 기탁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알짜기업으로 알려진 일부 철강공단 업체들은 마지 못해 형식적으로 성금을 내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에도 소극적이다. 정부와 포항시, 경북도 등과 기관단체들이 피해 복구와 이재민 대책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정작 포항에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체들의 기부 온도는 끓어오르기는커녕 냉기가 돌고 있다.

수천억의 매출과 1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기는 상장업체들이 성금 모금에 참여하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성금을 내라고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기부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돈만 벌고 지역의 어려움에는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을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에는 300여 개 공장이 돌아가고 있지만 지진 피해주민 돕기에 나선 업체는 철강공단 이사(理事)업체 13곳 등 20여 곳에 불과하다.

이사 업체 13곳 중 동국제강, OCI, 조선내화, 홍덕산업이 5천만원을, 나주영 철강공단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제일테크노스와 TCC동양, 동양에코가 3천만원을, 현대성우캐스팅 2천만원, 융진, 성진철강, 제일연마공업, 디에스아이, 대동이 각각 1천만원을 냈다. 철강관리공단도 3천만원을 기탁했다.

정몽용 현대성우홀딩스 회장이 5천만원을 개인적으로 더 냈고, 융진 박일동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해양플랜트 설계회사인 (주)디섹도 3천만원을 더 내놨다.

합금철 전문 제조업체인 심팩 메탈의 송효석 대표는 지진 피해가 나자마자 큰 액수의 의연금을 내 기업의 모범이 됐다. 철강공단 업체 중 가장 먼저 재해구호협회에 1억원을 기탁한 것이다.

3분기 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동국산업과 동국S&C가 5천만원을 냈고, 같은 기간 매출 2천818억원, 순이익 185억원을 올린 동일산업이 2천만원을 기탁했다. 코스틸이 5천만원, 그린바이로가 3천만원을 입금했다.

포스코그룹 20억원, 세아제강 2억원, 세아특수강 1억원, 현대제철 1억원, 대아 2억원, 삼일가족 1억원을 기탁했다. 한림건설과 삼도주택도 1억원을 입금했다. 포항상공회의소도 1억원을 내기로 약정했다.

포스코는 의연금 기부 외에도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4억1천만원의 부서별 특별 간담회비를 책정했고, 포항에서만 간담회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 전액 지역에 쓰이도록 했다. 또 수시로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도 열고 있으며 특히 설날까지 부서별로 흥해시장 장보기 행사도 계속 갖는다.

포항 지진이 피해 규모가 큰 데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발생해 국가적인 관심을 끌면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 공기업, 각 단체·협회의 모금 참여는 비교적 활발했다.

삼성전자 30억원, 현대자동차그룹 20억원, SK그룹 20억원, 한화그룹 10억원, 이준용 대림 회장 10억원, 한국수력원자력 5억원, KT&G 5억원, 풍산 3억원, 동서식품 3억5천만원, 중소기업중앙회 2억원, 한국가스공사 1억원, 한국남동발전 1억5천만원 등을 기탁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LG그룹 20억원, GS 10억원, 롯데그룹 10억원, LS그룹 4억원, 아모레퍼시픽 2억원이 약정됐다.

스포츠·연예계 스타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포항 출신 축구선수 이동국 5천만원, 황희찬 3천만원, 삼성라이온즈 강민호 1억원, 박해민 1천만원, 삼성라이온즈 2천만원, 격투기선수 추성훈 5천만원, 골프선수 이정은 2천만원, 장동건·고소영 1억원, 배우 송지효 5천만원, 서현진 3천만원, 방송인 유재석 5천만원, 가수 설현 5천만원, 아이돌그룹 비투비 5천만원, 싸이 1억원 등을 기탁했다.

한 시민은 “아무리 철강경기가 침체돼 경영이 힘들더라도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거리에 나앉은 이재민들의 어려움에 비하겠느냐”면서 “포항과 큰 인연이 없는 이들도 기부에 나서는데 포항에서 수십 년간 공장을 돌려 이윤을 창출해온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성금 모금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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