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감이 학생들과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중 지진대피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1.15 지진으로 인해 안전지대인줄 알았던 한반도가 위협당하고 해당 지역인 포항에서는 1천억의 피해규모가 넘어섰다.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속출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전날 변경되는 등의 긴박한 상황이 연속됐다.

그러나 포항시민의 굳건한 끈기와 인내로 슬픔을 이겼으며, 지역민들의 봉사와 사랑 속에 사태를 수습했고 기업의 경제 살리기와 정부의 끊임없는 지원은 지진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위안이 돼 삶을 회복하는 발판이 됐다.

이러한 지진의 여파를 물리치기 위해 지금도 각 처소에서 열심을 다하는 기관들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내진 설계와 매뉴얼 정립에도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의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서 안정화 된 지금, 우리는 사태가 일어난 그 시점에 돌아가 그날을 되짚어보고 발전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획특집은 경상북도교육청의 발 빨랐던 대처를 통해 미래의 대안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1.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수능은 연기돼야 합니다!
11월15일 오후 2시29분31초, 전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지진이 땅을 울렸다.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 5.4 규모로 발생한 이 지진은 근대에 발생한 지진 가운데서 두 번째 규모지만 지점이 가깝게 발생해 체감상으로는 제일 큰 지진이었다.

이곳저곳에 땅과 건물이 갈라지고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기 분주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1월15일. 바로 수능 전날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주일 연기가 ‘신의 한 수’라 칭찬할만하지만 그 당시는 아주 힘든 결정이 됐다.

지진이 발생한지 15분이 지난 2시45분. 경북교육청은 1차 긴급대책회의를 곧바로 가졌다. 포항과 구미에 긴급 상황실을 운영하고 3시10분. 2차 회의를 통해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상황을 판단하는 회의가 계속해서 진행됐다.

모든 회의가 마치는 대로 이영우 교육감은 포항교육지원청에 도착해 현장을 지휘했다. 지역의 고등학교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지진전문가도 시간에 맞춰 모여들었으며, 오후 6시30분. 가장 핵심이었던 ‘수능 연기’를 놓고 회의에 들어갔다.

재난으로 인해 고작 하루를 두고 60만 수험생이 1주일을 연기하느냐 마느냐가 이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수험생의 컨디션과 스트레스 등 각종 위험 요소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 최우선된 것은 수험생들의 ‘안전’이었다.

이 교육감은 긴급회의에서 결정된 최종 수능 연기를 교육부에 건의했으며, 교육부는 당일 오후 8시20분 최종 수능연기 결정을 내렸다. 어떠한 요소보다 안전을 선택한 경북교육청의 집념이 묻어나왔다고 볼 수 있다.

예정된 수능 당일 오전 9시2분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고 수능이 만일 치러졌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안전을 필두로 한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신의 한 수’가 그날 회의에서 펼쳐진 것이다.

2. 아직 끝나지 않은 수능…대비는 어떻게
교육부가 수능연기를 결정했지만 지진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연기 다음날에도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1주일 밀린 수능 때도 여진이 일어날 확률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능 당일 수험생의 안전을 위해 또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포항에서 시험을 치를 것인가. 다른 지역에서 시험을 치를 것인가. 경북교육청은 이영우 교육감을 선두로 계속해서 대책회의에 들어가 최종 선택을 내리게 된다.

먼저는 수험생들에게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4천371명의 수험생들에게 포항 관내와 관외 중 희망 시험장을 선택하도록 했다. 결과는 3천935명 90%의 수험생이 관내서 시험을 치를 것을 희망했다.

포항 관내라는 선택지에 힘이 실리게 됐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제일은 안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바로 기존 시험장의 상태와 수능 날까지 복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봤다.

그 결과 12개 시험장 가운데 포항고와 포항장성고, 대동고, 포항여자고등학교가 시험날도 복구 불능 및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돼 곧바로 대체 시험장을 꾸렸고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이 그 대상 시험장이 됐다.

이로써 포항 관내에 시험장을 꾸리는 것에는 완료가 됐지만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다. 여진의 가능성. 시험 전에 강한 여진이 올 경우 시험장은 파손이 일어나게 되고 그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관외로 대체해야 한다.

경북교육청은 학교로부터 이동거리 30~60km 반경의 경주·영천 지역의 예비 시험장도 함께 준비했다. 이를 위해 226대의 차량과 비상수송 요원 202명도 급파됐다.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이다.

11월23일. 하늘이 감동했는지 시험에 무리가 갈만큼의 여진은 없었다. 결국 차량을 쓸 필요가 없었다. 요원이 활동할 필요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예산과 인력낭비라는 쓴소리도 나왔지만 안전은 그 무엇보다 앞선다는 경북교육청의 선택이었다.

3. 그 외 수습에도 수능 준비만큼 최선을 다해서
지진의 피해는 초·중학교 현장에서 사실상 더 컸다. 어린 학생들이 다니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에 대해서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먼저 재빠른 휴업조치와 단축수업을 병행했다.

16일과 17일은 155개 유·초·중·고교가 일괄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장성초등학교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고 13일이 지난 28일까지도 휴업조치를 내렸으며, 흥해초는 상황이 안 좋아 흥해남산초와 달전초에 통학차량을 제공하며 재배치했다.

이를 위한 예산도 곧바로 신청했다. 11월17일은 교육부 긴급 특별교부금 신청해 30억원을, 19일은 피해기관 긴급복구 지원비 재배정을 목적으로 19억원을, 20일에는 긴급복구 지원비 학교 교부를 위해 19억원을 배정했다.

27일에도 157억원의 예비비를 지원했으며, 28일에는 예비비 157억원과 흥해초 개축비 110억원을 편성해 특별교부금 267억원을 추가 신청했다. 그 결과 현재는 147개 기관이 긴급 피해복구를 100% 수준으로 완료했다.

빠른 비상근무 체제도 빛을 발했다. 경북교육청에는 6명의 상황총괄반을 꾸려 24시간 운영에 들어갔고 포항교육지원청에도 사고대책반을 꾸려 11명이 상황실을 운영해 추가 피해 접수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현재도 상세 피해현황 파악 및 피해복구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교육부와 연계해 내진보강계획을 재검토하고 여진 대비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조속한 복구를 실천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의 이번 수능 대처 상황을 살펴보면서 5가지의 재난 대응책을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그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떠한 결정에서도 안전을 배제한 선택은 재난이 닥칠 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게 된다. 다른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더라도 안전만큼은 고집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해자와의 긴밀한 ‘소통’이다. 이번 지진에서 직접 피해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수험생들이었다. 그러한 수험생들과 소통해 포항 관내라는 결정을 내렸기에 어떠한 잡음 없이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혹시 모를 염려에 대한 만반의 ‘준비’다. 재난은 언제,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으니 그 재난을 피할 방법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관내로 결정됐더라도 관외로 언제든지 시험을 치를 준비가 바로 그것이다.

네 번째는 올바른 선택에 따른 과감한 ‘결정’이다. 언급된 내용대로 정해졌다면 그에 맞는 결정을 과감히 내려야 한다. 재난의 시기에는 수많은 결정 사안들이 존재한다. 하나하나 시급한 결정들에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감함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끝날 때 까지 끝내서는 안 되는 ‘긴장’이다. 수험생들이 수능을 탈 없이 치렀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놓여있었다. 그 문제들까지 다 해결하고 후속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진으로 인해 포항여고를 방문해 ‘어찌 보면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 말한 것처럼 이번 지진은 아팠지만 또 다른 배움이 되기도 했다.

물론 더 이상의 재난은 오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일이라도 어떠한 재난을 마주하게 될 때는 경북교육청이 제시한 다섯 가지 대안을 통해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