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수 시집 '풀의 사원' 표지. /천년의시작 제공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만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풀의 사원'이 시작시인선 247번으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동안 김 시인이 지향해왔던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지향하는 서정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사물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는 시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자신의 존재 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인식, 즉 사물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존재의 진정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의 시세계가 확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는 “서정의 상태에 놓이면 자아와 세계는 하나의 정조로 물들어 조화와 화해의 세계를 만든다. 이로 인해 고립과 소외가 없어짐은 물론 합일을 통한 충만과 평화가 하나의 해조(諧調)로 가득 차게 된다. 시인 김만수의 시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번 여덟 번째 시집에서 김 시인이 노래하는 그리움은 고향으로의 회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사회에서 영혼을 잃고 신음하는 동시대인의 고통과 슬픔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서정시가 하나의 ‘구원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이원규 시인은 "언제나 근처(近處)에서 근처가 되어 근처를 배회하는 시인이 있다. 철저한 객관적 거리일까. 말하자면 김만수 시인은 근처의 순례자다. 아주 먼 곳도 근처요, 아주 가까이 자신의 몸과 정신까지도 근처일 뿐이다. ‘어머니 근처에는 다시 어머니가 있’듯이 공간과 물질들, 그리고 사람들까지 모두 아프고도 슬픈 근처이자 그의 정신적 거처다. 그런 김만수 시인이 '시인詩人 K'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콜록거리는 봄 그 미열을 챙겨/ 거기 서성이는 물의 나라와/ 예감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고자 한다'라고. 그는 지금 '사원의 언어들 붉어질 때'를 기다리며 '비보호 좌회전 중'이다"고 평했다.

한편, 시집 출판기념회가 11일 오후 7시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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