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지진은 그 발생을 예측하거나 저지하기 힘들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 미세지진들은 인공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지만, 대부분의 지진은 지층의 휘어짐이나 끊어짐, 화산이 폭발할 때나 마그마가 유동할 때, 맨틀 내에서 대류의 속도 차에 의한 마찰과 응력의 축적, 혹은 지구표면을 형성하는 판들의 움직임과 부딪힘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한다.

포항과 경주에서의 1년 간격 강진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라고 믿게들 되었다. 역사적으로 지진이 가장 심한 지역은 환태평양지진대로서 우리 한국으로서는 이 지진대에 위치하지 않음이 매우 다행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지진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그 강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므로, 앞으로는 우리도 지진대비가 일상화되지 않으면 않될 것이다. 지진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지진이 있더라도 이를 항상 대비하고 피해를 줄여가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포항지진은 발표된 진도 상으로 좀 더 강력했던 경주지진 보다 건물피해가 월등히 컸고 이재민도 더욱 발생했는데, 그 이유는 진원지가 깊지 않았고, 낙후건물밀집지역 지척에 진앙지가 있었고, 연약지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우리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건설에 앞서 지질조사와 내진설계 및 시공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내진설계 지침은 오래전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따르지 못함은 물론이고 내용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이미 지어진 수많은 건물들의 지진보강공사가 중요한데, 효율적인 공사방안 도출 및 비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즈음 지어진 건물들도 다세대주택 내지 혼합형건물인 필로티 구조가 이번 지진에 문제가 되었다. 이들에 대한 안전진단과 지진보강을 위한 지침이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인데, 1층 개구부에 벽을 쌓거나 철제빔 등을 사용해서 철저히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에 고가도로나 다리의 접합부에 이상이 생겨 통행량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보수공사가 거의 완료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진기준의 강화가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20여년전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일본 고베의 경우 리히터 규모 7.5의 강진에 고가도로가 붕괴하는 등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있었는데, 이 고가도로들이 7.5 이상의 강진을 견디도록 설계 및 시공이 되었으나 진동형태가 변칙적이라 붕괴되었다고도 하는 만큼 지질 및 지하구조, 진동유형 및 강도 등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법에 따라서는 8.0~9.0의 강진도 이겨낼 건물이 가능하며, 병원 등을 대상으로한 진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안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지진에서도 밝혀졌듯이 벽돌건물과 벽돌외장이 지진에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최근 건설된 건물에는 벽돌외장은 드물다. 철근콘크리트 건축구조물의 거푸집을 떼면 그 자체가 외벽이 되어야 한다. 인조대리석을 붙인다하더라도 고리에 거는 정도가 아니라 에폭시 섞은 모르타르로 강하게 접합시켜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오래된 건물들, 특히 적벽돌 외장 건물들의 경우 안전하면서도 원래의 모습을 보전하기 위한 보강 내지 보수방안도출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부 적벽돌 외장이 무너져서 보완할 경우에도 적벽돌을 다시 쌓지 말고 콘크리트로 보완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 색깔과 모양을 맞추는 방안도 심각히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원전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원전시설은 6.5~7.0의 강진에 견딜 수 있고, 격납고는 더욱 안전하게 설계 및 시공되었으며, 지진발생시 가동 중인 원자로의 대응매뉴얼에 의해 일본의 경우 같은 사고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경우의 수와 최악의 상황대비 보강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댐이나 방파제의 안전을 위한 높이와 지지력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러 지진전문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대형건물이나 구조물들을 세울 때나 지하시추작업 등의 경우에는 사전에 지질 및 지층구조를 좀 더 자세히 연구·분석하며 유사사례들을 엄밀히 비교·분석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산 하나를 깎아내고 쌓는 일들을 쉽게 결정하는데, 이러한 작업들도 지진유발요소가 될 수 있다.

LA의 경우 1990년대 6.7 규모의 강진으로 재산피해는 컸지만 복구과정에서 경제가 크게 부흥되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역선포와 함께 지원도 크고 다양하고 신속했다. 지진복구와 지진보강작업은 물론이고 많은 지진피해 및 낙후지역들이 ‘임파워먼트존’으로 지정되었다. 수차례의 지진에도 불구하고 지금 LA는 경제적인 부흥, 도심재개발, 부동산활성화가 크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피해가 크나 지원이 충분치 않은 서민들의 주거와 지원자체가 불투명한 사립학교들은 어찌될 것인지 안타까움이 크다. 앞으로는 산학관민 모두가 천재지변에 미리 대비해야할 것이며, 지진발생 시에도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과 빛나는 시민정신 하에 협력하며 개인적 트라우마와 경제사회적인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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