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려 식욕도 잃고 입맛도 잃은 참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고민을 하던 점심시간에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포항시외버스터미널 근처 ‘궁물촌(대표 김정숙)’이 꽤 맛있다는 제보를 받고 오늘은 이 곳으로 결정했다.

소고기국, 곰탕, 갈비된장 등 여러 메뉴가 유혹을 했지만 오늘은 면역력 향상과 원기회복에 좋은 소고기가 담뿍 들어간 육회 비빔밥을 먹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앞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운이 다운 됐을 때는 고기가 최고의 처방전인 것이다.

실제 소고기는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A, B1, B2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가가 높다. 그러니 저 농담도 썩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엉덩이가 뜨끈뜨끈하다. 식당만 아니었으면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손님들은 감동한다. 나 역시도.

눕고 싶다는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을 때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금치 무침, 멸치볶음, 깍두기, 쌈장, 그리고 쌈배추.

소고기 구이를 먹는 것도 아닌 데 쌈배추가 나왔다. 이유인 즉슨 이 곳은 뭐든 메뉴에 소고기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쌈을 싸먹을 정도라서 배추가 나온다고 한다.

속으로 ‘그 비싼 소고기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길래 쌈을 싸 먹는 정도냐’고, ‘많이 안 나오기만 해봐라’ 하고 두고 볼 참이었다.

육회 비빔밥이 나오고 그 새빨간 육회의 섹시함에 말문이 턱 막혔다.

꼴깍 넘어가는 침을 삼키고 젓가락으로 고기와 채소가 잘 어우러지게 비비기 시작했다. 이 때 밥을 같이 넣으면 밥알의 뜨거움이 고기를 익게 한다니 밥은 따로 먹기로 했다.

슥삭슥삭 잘 비빈 고기를 입안에 넣자 마블링 조직이 촘촘하게 짜여져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한 고기의 육질에 감탄이 나온다.

하반기에 먹은 육회 비빔밥 중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맛이다. 주말을 빼고 매일 소를 잡기 때문에 신선한 소고기를 횡성까지 가지 않아도 포항에서 충분히 맛 볼 수 있다.

이 곳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밑반찬이 잘 나오는 편이다. 육회비빔밥을 주문하면 이 집의 메인 메뉴인 소고기국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뜨끈한 국물도 함께 맛 볼 수 있다.

같이 나오는 국이라 대충 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고기국에도 큼직한 소고기가 나오기에 쌈을 싸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궁물촌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고기의 질도 빼어날뿐더러 양도 제법 넉넉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춥고 배고파 기분이 저기압인 요즘, 궁물촌 고기 앞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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