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교육을 유별나게 중시하였다. 개인이 출세하는 것도 교육을 통해서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야기하는 것도 교육을 통해서 된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구조적 병폐 원인이 교육에 있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문제는 국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 빚어낸 결과이다. 우리 교육의 실패에는 사회구조적 병폐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교육은 교육당사자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교육의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정치, 경제, 사회, 역사의 문제로 전락해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꿈으로써 오히려 사회병리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나 정당은 교육개혁이란 이름아래 교육정책을 인기에 이용하려는 발상부터 없애야 한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이 무분별하게 교육개혁의 세계적 유행을 따랐다가 이것이 무서운 세균처럼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계심을 높이고 이의 퇴치를 위한 해독제 모색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교육 현실을 정확하게 본 지적인 듯하다. 경쟁적 입시제도인 수능, 내신, 고교등급제 및 대학 서열화 등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교육은 교육정책이 교육처방을 수시로 바꿈으로써 오히려 만성적 약물중독에 젖은 중증 환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대입제도 안을 들여다보면 응급처치에 머무르는 일회용 약물처방만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시모집의 원래 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정시모집이 있는데도 특기와 소질을 보는 수시모집에서 성적을 우선으로 반영하는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대학에서는 학생선택권을 갖고 있고, 수능만으로 변별력이 부족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서는 논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논술지도가 안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교 교육과정에서 논술을 지도하면 될 것이다. 학원에서도 논술지도가 이루어지는데 우수한 교사들이 모인 집단인 학교에서 지도가 안 된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당국이나 교사들이 무관심하다는 말이다.

물론 교육은 복잡하고 힘든 현실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가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하게 만성적인 약물중독에 빠진 교육제도에 손을 못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마다 바뀌는 교육부의 대입전형 안을 보면서 교육정책에서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0년의 계획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학교나 수험생들도 안심하고 공부에 임할 수 있을 것이고, 짧은 기간이나마 입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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