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세계전통고래문화연구소 회장

▲ 김성규 회장
탈춤은 탈의 모양에만 그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탈의 재질이 나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우리의 전통 탈은 뼈로 되었던 탈이 있었다. 특히 고래뼈 탈춤은 처용탈의 오리지날 탈이었을 것이다.

문무대왕이 동해바다 고래나루에 그의 뼈를 뿌려 해중대룡이 되겠다고 한 것은 고래가 되겠다는 것이었으며 사람의 뼈와 고래의 뼈가 서로 호환될 수 있다고 믿은 시대의 이야기다. 신라시대 전후의 동물토템 사회에서 동물의 뼈는 인간의 생활 용품으로도 종교적인 탈이나 주택 및 배에도 사용되었다. 동물의 뼈 속에 들어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동물토템숭배시대에는 동물뼈를 다루듯 인간의 뼈를 다루었다. 당연히 인간의 뼈도 탈을 만들거나 약기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흔히 선사시대 사극에서 동물 두개골이나 심지어 사람 두개골을 쓴 무리들의 등장은 실제로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인간의 뼈를 사용하여 남긴 가장 마지막 문화는 티벳의 다마루(damaru) 북과 캉글링(kangling) 피리다. 이 두 가지를 일찍 버린 곳에서는 보랑구와 나무 피리로 바꾸었을 뿐 옛 시대에는 고래뼈 또는 사람 뼈로 북을 만들고 피리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티벳의 다마루는 산악지대의 독자적인 동물토템 문화의 결과일지 아니면 해안지대인 동아시아 한반도 인근의 고래문화의 보랑구의 결과일지는 명확히 분석된 바 없다.

필자는 티벳의 다마루(damaru) 전통이 보랑구가 된 것이 아니라 보랑구는 따로 고래토템에서 유래해서 불교문화에서 다마루와 상호 융화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마루(damaru)가 두개골로 만든 북으로 손잡이 끈을 돌리면 거기에 달린 두 개의 구슬 줄 채가 연달아 다마루 북의 양면을 때린다. 이것은 신라시대 탈춤의 역사가 사람의 두개골 또는 고래의 두개골로 만들어졌으며 '구슬 줄 채'를 사용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신라시대 처용탈 또는 나례신(儺禮神) 탈춤에서도 '구슬 채'가 사용된 것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삼국사기'에 실린 신라시대 선비 최치원의 '향악잡영시'에는 "황금색 탈 쓴이가 누군지 몰라도 구슬 채찍으로 악귀를 쫓아낸다"라고 했다.

이때 구슬 채찍은 황금색 탈에 달아두었는지 탈 쓴이가 휘두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황금색 탈이란 신라 때는 처용탈이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는 처용무와 함께 나례 탐춤 제의에서 쓰던 방상시탈을 말한다.

신라의 '처용가'는 '가랄이 넷'에 대한 노래를 했다. 방상시 탈은 눈알이 넷이다. 고래해신과 집안의 부인을 모두 대해야 하는 처용에 대한 구조라는 같은 배경으로 필자는 풀이한다. 알류산열도 아막낙 섬 인근 우난간 원주민들은 부인이 둘이 있다.

집에 두고 온 부인 외에 고래뼈로 만들고 짐승 가죽으로 덮은 가죽 카약(skin-qayaq)이 바다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래사냥을 출발하기 전날밤에 집의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했다면 필히 다음날 카약을 띄우기 전에 카약 등에 올라타고 성적 유감주술을 행해야 하는 풍습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성적 유감주술은 신라의 '카약 닮은 토기'에도 남근을 드러낸 남성이 묘사되어 있다.

다마루(damaru) 북은 남녀 두개골을 맞붙여 놓은 북이다. 불교의 바라춤에 사용하는 바라는 어쩌면 다마루처럼 두 개의 남녀 두개골을 부딪치게 하는 전승에서 메탈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라는 '자바라'라고도 하지만, 티벳의 팅샤(Ting-sha)와 인도의 찰파라(Chalpara)에서 자바라 이름이 나왔다. 바라는 제금, 발, 발자(鉢子), 동반(銅盤)이라고도 한다. 티벳에서 샹(챵)보다 작은 형태의 팅샤(Ting-sha)라는 것도 있다.

불교 교리에서 부처가 되려면 남녀 성(性)이 하나로 합쳐져야 부처가 된다고 여긴 것을 의식화한 것이 두 개의 두개골을 붙이는 다마루나 바라의 암수 두 심벌즈를 마주 때려 '하나'로 만드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바라나 바라는 역시 석골시대의 뼈숭배의 잔재가 남아 있다. 티벳의 쇠뿔로 치는 샹(Shang) 악기는 쇠뿔이 쇠붙이 심벌즈를 때리도록 장치되어 있다. 동물토템숭배에 이어진 것을 유추하게 하는 것이다.

보랑구는 발랑고 또는 파랑고(波浪鼓)에서 유래한 것이다. 글자 그대로 파도를 다스리는 바다의 고래토템 전통에서 내려온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티벳 전통 봉(Bon) 무속의 다마루(damaru)도 신라와 당·송대의 보랑구 즉 발랑고 또는 파랑고(波浪鼓)도 동물토템 숭배사상에서 비롯된 공통점이 있다. 다마루도 보랑구도 동물토템과 더불어 윤회 환생의 탈 문화에 연관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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