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세계전통고래문화연구소 회장

티벳에서 라마불교가 봉 종교를 융합하면서 동물뼈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불교가 강하게 영향력을 미친 후에 동아시아 해안지대에서는 바다의 용왕신 신앙이 무속으로 강하게 자리잡아 고래뼈 탈 문화는 나무로 된 탈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불교의 영향이 없었던 알류산열도와 알라스카 및 북태평양 아메리카 인디안들의 탈 문화에서는 고래뼈 탈(whalebone mask)가 살아남았다.
아막낙 섬 온돌인들은 카약을 만들 때도 고래뼈로 골조를 만들고 바다사자 가죽으로 덮어 가죽배(skin-on skeleton)로 고래사냥을 했다. 부모가 죽으면 고래가 되어 '조상귀신고래'가 되어 해마다 같은 기간 같은 바다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귀신고래는 조상귀신고래의 남은 말이며, 한국인들의 조상숭배의 원형은 고래토템에 이어져 있었다. 설날 세배의 기원이 돌아온 조상귀신고래에세 절하던데서 기원한다는 것은 앞선 글에서 논했다.

3000년 전 코리안 온돌이 발굴된 알류산열도 아막낙 섬에서 고래뼈 탈이 발굴된 것은 오랜 고래토템 숭배의 '고래와 인간의 호환환생 사상'을 바탕한 뼈숭배 문화의 전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역사에서 신라시대의 고래토템숭배 전승은 고려시대 불교와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1천년 역사를 거치면서도 무속적으로 그리고 민간 풍습으로 뼈와 가죽의 역사가 유지된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원이 엄마' 미이라로 유명한 여인이 그의 남편이 죽자 자신의 머리칼을 섞어 짠 짚신을 남편의 관 안에 넣어 남편의 다음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한 것과 같은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장구는 티벳의 다마루나 인도의 장구와는 달리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코리안들의 선사시대 거대 뼈 숭상 즉 고래뼈와 연관하여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한국 장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장구의 하나이다.

한국 전통 장구는 사람의 해골이나 사람 가죽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 프레임에 노루 가죽과 개 가죽을 양면에 덮어 장구를 만들었다. 그래서 노루 獐(장)+개 구(狗)의 장구로 이름 기원을 논하기도 한다.

짐승가죽으로 북을 만든다? 짐승과 사람을 함께 환생하는 것으로 믿던시대에는 사람가죽도 북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원효대사는 왜 바가지를 치고 다녔을까? 신라 때 원효대사가 길거리에서 치든 '괴상하게 생긴 바가지'는 '해골바가지'를 상징하고 있었다. 원효는 당나라 유학을 포기한 바로 그 '해골바가지'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티벳과 당나라 불교는 그 당시 해골바가지 즉 다마루를 치는 풍습이 있었을 것이며 원효는 그런 '해골바가지'의 의미를 그냥 '바가지'와 뭐가 다를 것이 있겠는가 하고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그렇게 '바가지'를 치고 다녔을 것이다.

해골바가지는 바가지로 만든 북이 되고 나중에 다시 나무로 만든 북이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허벅지뼈 나팔은 태평소가 되었을 것이다. 풍물놀이에서 벅구는 두개골로 만든 다마루(damaru)에서 그리고 태평소는 허벅지 뼈로 만든 캉글링(kangling)에서 전이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뼈 문화에서 나무와 쇠붙이 문화로 변환시킨 것은 문화인류학적 풍습의 발전인 것이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고래잡이들은 고래뼈 피리를 불어 고래를 불렀다. 마오리족은 고래뼈 피리로 고래 울음소리를 내서 교감하는 유감주술을 행했다. 티벳의 토속 샤마니즘에서 조상의 뼈로 (damaru)북이나 캉글링(kangling) 피리를 만들어 조상귀신을 불러내는 것과 고래뼈로 '조상귀신고래'를 불러내는 것은 같은 맥락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돌리며 치는 다마루의 태극마크와 돌리며 양쪽을 치는 벅구의 태극마크가 닮아 있는 만큼 산속의 풍습과 바닷가의 풍습은 그만큼 동물토템시대의 문화전통에서 서로 같은 시대의 유사한 풍속을 남긴 것이다.

다마루는 현재 티벳불교와 인도의 힌두교 문화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문화적 원류는 티벳의 봉(Bon) 무속에서처럼 토속 동물토템시대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 악기들인 풍물놀이의 풍물 악기들은 동물토템 숭배 문화에서 시대를 따라 발전시킨 것이다. 코리안 풍물놀이 그 원류에는 고래가 많이 오가던 동해바다 고래토템 풍속에서 기인한 것이다.

소리만 낸 것이 아니라 고래뼈로 탈을 만들어 유감주술로 '조상귀신고래'와 교감하고 고래를 불러내는 의식을 행한 것이다. 처용탈은 본래 고래뼈 탈이었다는 필자의 견해는 두개골로 만든 티벳인들의 다마루(daruma)와 같은 인간과 동물의 호환환생 토템사상에서 그 연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3000년 전 온돌집을 짓고 살았던 알류산열도 아막낙 섬에 간 코리안들은 고래뼈 탈(whalebone mask)를 쓰고 그들의 돌아가신 조상이라 여긴 고래들과 교감을 한 것이다. 문무대왕이 뼈를 고래나루에 묻은 것처럼 그들은 죽으면 고래가 된다고 믿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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