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계약서 작성을 변호사 대신 인공지능(AI)이 파격적으로 싼 수수료를 받고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일본에 등장했다. 일부지만 변호사 업무를 AI가 대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NHK에 따르면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계약서 작성업무를 대행해주는 IT(정보기술) 서비스 업체 '홈즈'가 지난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사하라 겐타(34. 笹原健太) 변호사가 설립한 이 회사는 변호사에게 의뢰할 경우 수만 엔(수십만 원)이 들 계약서를 월 980 엔(약 9천400 원)의 고정요금으로 클라우드 상에서 대신 작성, 관리해 준다.
변호사가 된 후 계약서만 제대로 작성했더라면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사건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도 정식 계약서를 손쉽게 작성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창업했다.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진짜 중요한 계약만 변호사에게 작성을 의뢰한다. 수수료가 비싸고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절차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등이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변호사 수요도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홈즈'에서 작성해주는 계약서의 종류는 다양하다. 부동산 매매나 업무 수주 및 발주, 종업원 고용과 비밀유지 등 내용에 따라 웹에서 검색한 300여 종 중에서 AI가 최적의 "본보기"를 골라낸다.
이 본보기의 빈칸에 필요한 사항을 입력하기만 하면 5분여 만에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거래한 물건에서 결함이 발견될 경우, 판매자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등의 '하자담보책임'같은 복잡한 조항도 클릭 한 번으로 표현을 바꿔 가면서 선택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은 고객에게서 사정설명을 들은 후 불리한 내용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문으로 만들어 문서에 적어 넣는 것이 변호사의 노하우지만 상당수 계약서는 구조나 용어가 정해져 있어 정형화된 계약서는 작성하기 쉽다고 사사하라 대표는 설명했다.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계약서 1통을 작성하는데 5만 엔(약 48만 원)에서 10만 엔(약 96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들지만, 상거래의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서비스는 변호사 업계를 파괴할 혁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홈즈는 AI 변호사 사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 미국 벤처 자본의 투자를 받아 내년 중 시작을 목표로 새로운 기능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존 계약서를 체크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서비스다.
사사하라 대표는 AI를 활용한 혁신을 통해 변호사 비용과 요금의 '투명성' 제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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