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안동시의회 의장

새해가 시작되는 때가 되면 각 언론사에서는 사회각계 인사들의 사자성어로 된 신년휘호를 보도한다.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단체장까지 신년휘호를 발표하다 보니 서로 겹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회 의장까지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하여 나도 지난해와 올해 신년휘호를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시민 대의기관인 의회를 대표하여 신년휘호를 선택하는 일은 여간 어렵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네 글자의 한자로 표현하는 데에는 나의 한자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넷에서 사자성어를 찾으면 수백 수천의 사자성어를 검색할 수 있지만 그 풀이만을 보고 적당히 선택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한 이틀을 고민하여 의회 사무국 직원들에게 회람을 하도록 하고, 그 의견을 듣도록 요청하였다.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하여 결정된 신년휘호가 `꽃이 되자’였다.

물론 본래의 사자성어의 의미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거기에 딱 맞는 네 글자의 한자를 찾아낼 재간도 없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면 그 누군가는 나에게로 와서 귀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이 세상의 꽃처럼 저마다의 빛깔과 저마다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 빛깔과 향기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큰 울음을 시작으로 세상과의 교감을 이루며 생존의 대장정을 출발한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일생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숟가락의 재료부터 다르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숱한 부침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런 삶의 지난한 과정에서 개개인이 지닌 삶의 빛깔과 향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그저 매일처럼 되풀이 되는 일상만 남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또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서로의 빛깔과 향기는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이런 고민에서 나는 우리 안동시민 모두가 꽃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저마다 원래 타고났거나, 소중히 가꾸어온 빛깔과 향기를 오롯이 간직한 더없이 예쁜 꽃이 되기를...! 그 꽃을 향해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귀한 의미가 되어 서로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서로의 삶을 긍정으로 바라보는 뜻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내가 속한 가정에서 서로에게 귀한 존재가 되어 더 없이 따뜻한 가정이 되고, 직장에서 일터에서 서로의 빛깔과 향기를 함께 일구어 우리 모두가 처해있는 자리가 꽃자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가 가진 자존감을 충분히 인정받고 인정하는 가운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일터를 우리 시민 모두가 가질 수 있다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제 웅도 경북의 도청소재지 안동시민으로서 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의 꽃을 활짝 피워 도민 모두에게 감동의 빛깔과 향기가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빛깔이 더욱 화려하고 그 향기가 더없이 맑아서 경상북도 도민이 즐겨 찾는 안동이 되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우리의 자긍심이 모든 도민들에게 귀감이 되는 뜻 깊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내가 정한 신년 휘호 `꽃이 되자!’가 정말 꽃처럼 좋다. 상대적인 빈곤의 격차에서 오는 박탈감, 기회의 불균등에서 오는 소외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과 좌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공동체적 연대감을 갖는 일은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소중한 꽃이 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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