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편 - <2> 후지큐 하이랜드

     
 

반년(半年)을 고민했다. 90도로 올라가서 121도로 떨어지는 직각과 곡선의 조합이 아찔하다. 그러나 궁금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볼까도 싶었다. 라오스의 방비엔에서의 다이빙만큼이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혼자는 무서우니 친구를 데리고 가기로 한다.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오른 놀이기구들을 정복하기 위해 자유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여행자 보험을 넣었다. 모 샴푸의 광고 카피로 유행했던 말이 생각난다. “전 소중하니까요.”

지난달 23일 일본 야마나시현의 후지요시다시에 있는 놀이공원 및 테마파크인 후지큐 하이랜드(富士急ハイランド). 후지급행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이곳은 1996년에 개장했다. 후지산(富士山) 정상의 새하얀 눈 덮인 풍경을 배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개장하자마자 입장하겠다는 의지는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리고 식욕이 두더지처럼 불쑥 고개를 내민다. 원래 거사(巨事)는 먹고 치르는 법이다. 메론 빵과 소금주먹밥, 과일 주스 등으로 당을 섭취한다. 이날의 목표는 기네스북에 오른 ‘에에자나이카’, ‘후지야마’, ‘타카비샤’, ‘돈도파’ 등 4대 절규머신과 귀신의 집으로 유명한 ‘전율미궁(戰慄迷宮)’이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에에자나이카(ええじゃないか). 콘셉트는 관동지방으로, '좋지 아니한가(いいじゃん)'의 오사카 방언이다. 총 회전 수 14회로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오른 에에쟈나이카는 좌석이 360도 회전하는 4차원 롤러코스터(4th Dimension Roller Coaster)다. 1997년에 최대낙하 70m, 최고속도 130km/h 등 4가지 항목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트랙길이는 2045m다. 대기를 하는 동안 놀이기구를 타다가 잃어버린 신발은 찾기 힘들다는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어준다. 후지큐 하이랜드에서의 첫 탑승! 사실 어떤 놀이기구인지 사전 정보 없이 탄 것이라 무척 설렜다. 바닥이 내려가고 말 그대로 정신없이 돌고 돌고 또 돈다. 건물에 걸린 거꾸로 된 로고의 상징성에 감탄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체력싸움이다. 이날만큼은 인기 놀이기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폐활량을 늘려주기로 한다. 1분을 달리니 숨이 찬다. 그냥 절규우선권을 사기로 한다.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익스프레스 티켓, 디즈니랜드의 패스트패스 같이 시간 절약을 위해 구입하는 티켓이다.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로 절규우선권을 사전 구매하며 남은 티켓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시간대별로 구매 인원이 정해져 있어 일찍 사지 않으면 매진된다. 우리는 외국인이므로 매표소에서 구입을 했다. 놀이기구 1개당 1300엔으로 여러 장을 구입했다.

돈의 위력을 체험하기 위해 위풍당당하게 개장 시간에 대기 줄이 가장 길었던 후지야마(FUJIYAMA)의 절규우선권전용입구(priority tickets entrance)를 향했다. 하지만 그 많던 줄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가 타러 갔을 땐 줄이 짧았다. 살짝 우선권 산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맨 뒷줄로 안내받았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높이에 새삼 놀이기구의 이름을 떠올린다. 후지야마(富士山)는 '후지산'이라는 뜻이다. 후지야마는 1996년 7월에 오픈, 당시 가장 높고 빠른 기록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기록은 깨졌지만 명성은 여전하다. 스틸 하이퍼코스터 종류로 전체 길이는 2045m, 최대 높이 79m, 최대 속도 130km/h, 최대 낙하각도는 65도다. 탑승 시간은 약 3분 30초로 긴 편이다.

다음 공략 대상은 사진으로 보고 가장 무서워 보였던 타카비샤(高飛車). 총 8인승으로 기다리는 줄이 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간 건데 사람들이 없어도 너무 없다. 심지어 일반 줄이 더 짧다. 이 정도면 우선절규권이 필요하나 싶다. 억울하니 한 번 더 타야겠다. 타카비샤는 2011년 7월에 오픈한 롤러코스터로 세계 최대 낙하 각도 121도이다. 각도에만 신경 쓰느라 다른 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두운 터널로 하강하더니 급발진 출발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돌고 비틀고 정신을 쏙 빼앗아 놓는다. 이윽고 하이라이트 구간에 도달했다. 수직 상승 구간이 오히려 더 아찔하다. 누워서 올라가는 것과 같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롤러코스터는 내려올 때 보통 레일이 보여야 하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마침내 푸른 허공에 아름다운 회색빛 곡선을 내리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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