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최영열 부장

무조건적 복지 확대는 재앙이 될 수도…

언론이 부자와 권력자를 비판하면 대중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가난한 이는 그 상황과 처지가 어려운데 비난마저 받아서 되겠는가? 그렇지만 사회의 기반이요, 삶의 기초까지 훼손하는 이라면 이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본인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진 많은 기초수급자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들이 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일부 몰염치한 이들의 잘못된 행태를 계도하고자 하는 뜻에서다.

도내 어느 중소도시 병원 응급실에서 최근 발생된 일이다. 응급실 치료를 마친 초로(初老)의 성인 남자가 병원 안전 요원과 함께 수납창구에서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난 기초수급자이고 지금 치료비 낼 돈이 없으니 입원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의사의 결정 없이는 입원할 수 없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돈도 없고 치료비를 내지 않을 것이니 경찰을 부르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막무가내다.

사태를 파악한 직원이 “그럼 치료비 지불 약정서를 써 달라”고 했지만 그것조차 역시 거부하고 입원시켜 달란다. 아마 기초수급자엔 무상의료가 되니 입원하기만하면 응급실 치료비도 무상이 될 것이란 생각이었나 보다.

“집에 돌아갈 차비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그의 말에 나는 갑자기 병원까지는 어떻게 왔는지가 궁금해졌다. 이는 곧바로 밝혀졌다. 응급실을 지키고 있던 안전요원의 말을 통해 119구급대의 앰뷸런스를 타고 왔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응급실을 찾은 이유가 다리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을 변호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볼 때 119차량을 타고 응급실을 찾아야 할 환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곧 이어 안전요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 두 명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도 안타깝지만 “범죄가 아니기에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를 집까지 데려다 줄래도 순찰차 규정상 관내를 벗어날 수 없기에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와 경찰도 어찌할 수 없고 응급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환자 가족들도 응급실 혼란을 가중시키는 그를 나무라기만 할 뿐 어떤 대안도 내 놓지 못하고 있을 그때였다.

단정한 모습의 한 어르신이 다가와 자신이 대신 병원비를 내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 자초지종을 모두 지켜본 어르신은 자기를 월남전을 다녀온 국가유공자라고 소개하며 가능하면 본인이 대납하겠다고 했다.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기초수급자 남자보다 더는 나이 들어 보이는 어르신, 어르신의 말도 주변의 혼란함에 이내 묻혔다. 얼마 후 출동한 경찰관이 과거 근무지에서 꽤나 문제를 일으켰던 그를 알아본 것이었다. 경찰관에 말에 쭈뼛쭈뼛 거리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저런 이는 도와줘야 술 사먹고 또 저럴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찰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다 할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순찰차에 타라고 했다. 그 말에 순한 양 같이 경찰관을 따르는 그, 결국 그의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 드러난 듯 했다.

국가를 위해 생명을 걸고 헌신한 국가유공자 어르신과 더 젊은 나이에도 기초수급자가 되어 국가의 혜택을 누리면서 국가, 국가를 들먹이는 기초수급자.

그는 일반적인 치료를 위해 긴급차량인 119 앰뷸런스를 출동시켰고, 응급실에서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범죄 예방에 힘써야 할 경찰순찰차와 경찰관 두 명이 시간을 허비했다. 또한 병원비는 결국 내지 않았고, 안전요원도 그로 인해 1시간 가량을 묶어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얼마나 국가를 위해 일했기에 국가의 보호와 혜택에 저리 당당한 것인가? 그가 들먹이는 국가란 그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초수급이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가? 과연 복지 예산이 저런 이들을 위해 더 확충되어야 하는 것인가?

어르신의 마지막 한 말씀 “참 나쁜 사람이네”가 귓가에 한참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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