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소리마당국정 국악원

2018년 새해 태양이 번쩍하고 떴다.

날씨는 조금 춥지만 마음은 언제나 봄날 같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을 요리조리 뒤집어 요리도 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 창작의 고통과도 늘 부딪치지만 그래도 소리하는 즐거움에 다 덮여 어려운 인생살이가 구비 구비 술술 넘어 간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제 내 노래가 마음에 들어….
그렇게도 발목 한 귀퉁이를 잡더니 이제는 안 하는 것 보다 하는 것이 좋으니 됐다 싶다. 언제는 아프고 슬프게, 언제는 기쁘고 즐겁게, 변화무쌍 천방지축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고 버리지도 잡지도 못하고 망설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 나를 따라 이리저리 매달려 고생한 내 목소리, 구박도 하고, 짜증도 내고, 미워도 하고 오랜 세월 괴롭혀 왔는데 그래도 나를 버리지 않고 요만큼 견뎌 준 것이 대견하다. 에고, 무슨 자만이냐 하겠지만 내 목소리는 나에게 인생을 가르친 고마운 동반자이다. 30대를 버티게 하고 40대를 보듬어서 50대를 세웠다. 60대는 나눔과 함께 백세 시대를 책임 질 것 것이다. 나의 몸 한곳에서 묵묵히 자기역할을 하며 기다려 준 나의 목소리에게 2018년에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기도와 함께 소리를 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본능처럼 부르고 또 부르고…. 한바탕 소리를 하고 나면 끊임없이 솟는 에너지를 느낀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지만 그래도 소리꾼으로 이런 기분을 느끼니 바람직스럽고 제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전해 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다시 칼럼을 쓰고 싶어 순식간에 고민 없이 줄줄 써내려 간다. 오래 생각 안 해서 좋고 내 마음을 꾸미지 않아서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진한 무지도 나는 좋다.

2018년 새해는 내가 주인공이 아닌 뒷자리의 큰북이 되어 둥둥 울려 주고 싶다. 은은히 감싸고도는 푸근한 북소리처럼 제자들에게 힘이 되고 또한 징금 다리가 되어, 더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며 더 높이 날 수 있게 하고 싶다. 사랑이 많이 사라져 가는 세상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 모든 것이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는지.

포항시민들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족을 이웃을 사랑하는 2018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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