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문옥 편집국 대구본부장


한 해를 보내고 새해가 시작됐다. 어김없이 새 빛이 온 세상을 찬란하게 비춘다. 새해 아침에 ‘희망’의 빛이 동과 서, 남과 북, 온누리에 힘있게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희망은 언제나 새로움과 기대를 동반한다. 새로움과 기대는 다짐과 결심으로 싹을 틔운다. 1년 전 다짐과 기대를 회상해보면 어떨까. 혼돈과 좌절, 분노의 어둠을 헤치고 벅찬 새해 그날을 맞기를 우리는 그 얼마나 소원했던가. 새해를 맞았지만 한켠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럴수록 우리는 평화의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국정 농단의 치명적 폐단들을 똑똑히목격했다. 빛의 천사로 위장한 거짓처럼 진실을 가리는 어둠의 방해가 있음도 알았다. 우리는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런 점에서 옛 체제의 구태와 폐습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나라다운 나라’, ‘사람 중심의 경제’는 요원하다고 여겼다. 적폐 청산은 시대정신이다. 사람에 대한 처벌을 넘어 배척과 불평등, 불공정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뤄진다. 동시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개헌의 시대적 요청은 소통과 공감, 참여와 분권의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치 세력이나 선거의 유불리를 초월, 개헌은 나라의 비전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기준으로 추진돼야 함은 당연하다. 개헌은 국민 개개인 삶의 구조와 가치를 규정하고 삶 구석구석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요구되며 그것은 생활의 필수 요건이다.

새해 유난히도 더 크고 더 밝아 보인다. 본래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을 사람들은 새해라고 가름한다. 새해의 시작이라니, 좋기는 좋다. 부끄러운 옛것을 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날을 정리해 보자. 희망의 앞날들을 그려 보자. 내 마음이 얼마나 평화로웠는가. 분수에 넘치는 욕심, 괜한 시기와 질투로 잠 못 이루지는 않았는가. 내 좁은 소견으로 세상사를 재단하지는 않았는가.

내 기분대로 행동함으로써 상대의 심정을 유린하지는 않았는가. 이웃들에게 나는 과연 좋은 벗이었던가.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나는 과연 어떠한 노력들을 했는가.

옛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날마다 세 번 내 몸을 살폈다(三省吾身)고 했다. 또 그 날 행한 일 가운데 정성을 다해 남의 일을 도왔는가. 친구에게 믿음이 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배웠는가. 세 가지를 반성했다고 한다. 우리도 일일삼성(一日三省)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자.

또한 우리 공동체는 어떠한가. 가족, 학교, 나라에 거짓은 없는가.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운가. 학생은 학생답고 선생은 선생다운가. 노동자는 노동자답고 경영자는 경영자다운가. 국민은 국민답고 지도자는 지도자다운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보다 몫을 챙기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가. 새해에는 신비스러움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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