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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농민들 눈 앞에서 물 그릇 깨지마라“녹조 제거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농촌은 지금 물이 없다고 난리다. 농사 지을 물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식수와 생활용수까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겨울 가뭄과 봄 가뭄이 계속되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비와 눈 한 번 없이 계속되는 올 겨울 가뭄 가운데 농민이 다가올 봄 가뭄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예년과는 또 다르다”고 말한다.

“이전 3~4년 전과 달리 올해는 유독 더 가물어 가는데, 낙동강 각종 보의 물은 점차 줄어들고만 있고, 이젠 바닥까지 말라가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자연환경에 따라 물이 줄어든다면야 또 다른 대안을 세운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겠건만, 이건 정책적으로 결정해 가둬놓은 보의 물을 눈앞에서 방류하고 있으니 농사짓는 이들로서는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봄 가뭄이 계속될 것이고 다가올 봄 농사에 공급할 물은 물론이고, 겨울 농사인 마늘과 양파 등에도 농수를 공급해야 하는데 대책 없이 보의 물을 빼버리니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보 개방을 지시한 당국자들도, 넋 놓고 하천 바닥을 하염없이 처다보고 있는 농민에게 할 말이라고는 “농사철 전에 하늘이 비를 내려 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는 실정이니 농민은 오직 하늘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당장 2월이 되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올 마늘과 양파에 용수를 공급해 줘야 하는데 벌써부터 잎 끝이 말라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하천엔 물이 없고 지하수도 고갈되어 간다. 속 답답하다고 생수를 사다 부어줄 수도 없는 노릇. ‘올 겨울 농사는 끝내 망쳐야 하는가?’ 농심은 불안하기만하다.

비아냥거리는 혹자들은 과거엔 농사를 어찌 지었냐? 반문하지만 이는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4대강 공사로 강바닥은 상당량 준설돼 낮아졌다. 결국 제방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이런 까닭에 4대강 공사 이후 홍수 피해가 지금껏 크게 발생한 적이 없었다.

또한 가뭄 피해도 크게 없었다. 상당한 양의 물이 보 건설로 확보됐고 이것이 지하수 고갈을 막아줬기 때문이다.

강 바닥이 낮아진 가운데 보의 물마저 사라진다면 농민은 물을 구할 길이 없어진다. 그나마 남아있던 지하수마저 양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농민에겐 재앙이 되는 것이다.

녹조 현상을 빗대어 4대강을 ‘환경 재앙’이라고 선동하는 이도 있지만 장점도 이에 못지 않다. 세계 각국에서 물 관련 분쟁이 시작됐고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선 큰 물 그릇 하나를 마련한 셈이다.

사실 농민들도 녹조를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용수 대책 없이 일시에 보의 물 전체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필요량은 유지하면서 정책에 따라 점진적으로 정비해 달라는 것이다.

환경단체도 녹조가 그리 큰 문제라면 수문을 개방하라고 시위하기 전에 식수와 농업 용수, 산업 용수로 사용할 강의 오염원인 제거에 앞장섰어야 했다. 보에 물이 있든 없든 환경을 생각하는 환경단체라면 수돗물에 사용될 하천 원수에 오염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정의 하수와 가축 폐수, 공장 오염물질의 하천 방류를 막는데 더 신경 썼어야 했다. ‘농사철을 눈 앞에 둔 농민 앞에서 물 그릇을 깨기보단 말이다.’

농민의 아픔을 생각하는 일부 국민의 입에선 “보의 물 방류를 외치던 이들과 정권에게 농사 피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장을 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말만 듣고 보의 물을 말린 정권에도 책임이 크다는 말이다. 농민은 오늘도 외친다. “녹조 제거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대구/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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