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수원 사장 돌연 사임

탈 원전 정책 반대의사와 검찰조사가 사임 배경인 듯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 놓고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한국전력과 5개 발전 자회사를 비롯해 모든 전력 관련 공기업들의 기관장 공석 상황이 됐다. 한전과 산하 발전 자회사 기관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 사장은 1년 10개월 남기고 스스로 물러날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사표를 제출했고 현재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날 사표가 수리돼 오는 19일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도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기고 지난해 9월 산업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동서발전은 김용진 사장이 지난 6월 9일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임명되면서 7개월 넘게 사장직무대행 체제다.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일괄 사퇴했고 동서발전은 지난해 6월 김용진 당시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에 발탁된 이후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발전사 6곳 모두 수장이 공석으로 남겨진 가운데 새로운 인물 발탁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의 사임을 놓고 갖가지 설이 무성하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데다 과거 산업부 1차관 시절 한국서부발전 사장 인선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임으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이 사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무사히 넘기면서 한때는 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도 무성했지만, 지난 12월 검찰조사 등을 겪으면서 거취를 고민해 왔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이 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경제정책관,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제1차관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이 사장은 재작년 8월 산업부 1차관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11월 15일 3년 임기의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김인규·이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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