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후 건축공사 일감 감소에 전전긍긍…외지 업체 끼어들어 ‘설상가상’

포항시 펌프카협회가 포항지역 개발지구 건설 공사에서 원청인 건설사들이 토종 업체를 배제하고 외지 펌프카 업체에 일감을 챙겨주고 있다며 생존권 차원의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시와 포항시펌프카협회 간 업무협약에 따르면 건설사 공사대금의 60%를 가급적 지역 업체에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포항시 펌프카협회 측은 외지 업체의 갑작스런 끼어들기로 이 같은 업무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시 펌프카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지진 이후 포항 지역 건축 물량이 거의 없는데다 약간의 물량마저 외지 업체가 가져가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협회는 지난 13일 펌프카 15대를 동원, 포항시 북구의 한 개발공사 현장에서 포항시와 맺은 건설공사에서 지역 업체를 우선으로 선정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는 외지 업체가 관내 건설공사를 수주받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의 원론적 대응과 관련, 대한펌프카협회 역시 한 지역의 건설공사를 놓고 다른 지역 업체의 공사 참여를 막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지역에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시 펌프카협회는 이러한 입장과 주장들은 지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원칙론일뿐, 지진으로 일감이 대폭 줄어버린 포항지역은 외지 업체들의 난입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례로 포항 북구의 한 도시개발지구의 경우 2개소 가운데 1개 지구는 포항 업체에서 맡아 공사를 하고 있지만, 다른 개발 지구는 경주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포항시 펌프카협회 측은 포항 지역의 펌프카 업체들은 경주지역에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지역 펌프카 업체들이 포항 업체들의 공사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포항시 협회 측은 또 "경주 펌프카 업체가 포항에서 공사를 지속하기 위해 올해 초 포항시에 사업자 등록까지 한 것으로 안다" 며 "이는 외지 업체에 대한 포항지역 공사참여를 반대가 거세지자 공사를 따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협회 측은 "경주 업체가 사업자 등록을 한 것을 두고 포항 업체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잘못됐다" 며 "앞으로 포항 업체가 아닌 외지 업체가 포항 업체라고 우기며 지역에서 일을 계속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포항시 펌프카 협회 간부 A씨는 “일감이 많을 때야 경주 업체가 포항에 와서 일을 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었지만, 지진 이후 포항 지역 70여대 펌프카가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며 “우리가 서로의 사업 영역을 존중해 경주지역에서 공사를 하지 않고 있듯, 경주 업체도 포항에서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포항시 북구의 한 도시개발지구 현장 소장은 “문제가 불거진 경주 업체는 포항에 사업자를 등록한 업체로 경주에서 우리와 일을 함께한 경험 때문에 포항에 와서 일을 하게 됐다”며 “양측이 원만히 협의해 잘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펌프카협회 측은 경주 펌프카 업체와 원청인 건설회사가 지역 업체 우선 선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말만 내뱉고 실제로는 협상을 전혀 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