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후보확정 전 의원직 사퇴 말라" 일침

사퇴 배수진 친 이철우 의원 향후 거취 주목
김광림·박명재 의원, “의원직 사퇴는 보여주기식 행태” 비판
남유진 전 시장, “자기희생 주장, 경북도민 우습게 여기는 처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후보확정 전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말 것을 촉구함으로써 경북도지사에 출마하는 한국당 내 현직 국회의원 후보군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미 이철우(김천) 의원이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가운데 김광림(안동),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 등 3명이 의원직 사퇴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홍 대표의 이같은 주문의 파급력이 주목된다. ▶관련기사 2면

홍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 조기 사퇴를 고민하는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사퇴하지 말 것”을 공개 요구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위해 최종후보가 되기 전 사퇴하겠다면 같이 출마한 다른 의원들도 사퇴할 수밖에 없어 ‘보궐선거 러시’가 온다” 면서 “후보가 되면 자동 사퇴다. 극구 만류해도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국회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후보군들을 직접 겨냥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회의원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마치 결연한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칠 뿐 아니라, 예비후보 등록도 못 하게 돼 대등하지 않은 불공정 경선이 된다”고 지적하고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인데 후보들마저 당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의 이같은 요구가 나오자 경북도지사 후보경선을 준비하는 현역 의원 후보군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철우 의원은 오는 2월 13일 예비후보 등록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2월 7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사퇴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10년간 맡아 온 자유한국당 김천시 당협위원장직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경쟁후보인 김광림·박명재 의원은 의원직 사퇴가 당과 도민을 생각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의원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의원을 겨냥,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선택’,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 두 의원으로서는 홍 대표의 ‘경선 전 사퇴반대’ 요구가 큰 지원군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두 의원 측은 이 의원을 향해 후원회 계좌 폐쇄, 보좌진 사직 등 의원직 사퇴에 따른 후속조치를 요구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결국, 홍 대표의 이같은 요구는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철우 의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대표가 당을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직접 홍 대표를 만나보고, 지역 여론도 더 들어 본 뒤 결정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의원직 사퇴를 위해서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국회의원 사직의 건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기·임시국회 회기 중이면 의원직 사퇴 안건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야 하고, 폐회중일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사직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회의 표결의 경우 국회법 10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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