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본부 최영열 부장

 

달성 농민들과 추경호 국회의원의 수고로 정부의 합천창녕보 개방 정책이 결국 중단됐다.

달성지역 농민들의 오래 바람이던 합천창녕보 수문 닫기 문제가 지난 2일 0시를 기해 해결됐으나 양파와 마늘의 성장기에 맞게 양수를 통해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보의 수위가 아직은 한참(안전 수위 8.8m, 현 수위 4.9m)을 모자라고 지하수 보충에도 상당량의 물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합천창녕보의 수문을 닫고 물을 채울 수 있게 돼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의 생각대로라면 2월 중순까지 최저 수위인 2.3m까지 보의 물을 빼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됐다면 양수가 절대 불가능함은 물론 지하수위까지도 낮아져 한창 성장기의 양파와 마늘이 성장을 멈추고 누렇게 고사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합천창령보의 수문 개방으로 대구 달성만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경남 합천지역 광암들에서 양상추를 재배하던 농민들도 수위 저하로 시설하우스 500여 동이 피해를 입었고, 강 인근 어민 피해도 속출했다.

수 년째 계속 이어오던 농사 일이 정부의 수문 개방 조치로 일순간 물거품이 된 것이다. 예년과 달리 겨울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달성군 농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문 개방에는 빗발치듯 이어진 환경단체의 줄기찬 요구와 이전 정권이 이룬 4대강 사업의 치부를 드러내고픈 정부의 생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번 수문 개방의 이유는 단순히 모니터링이었다. 농민들 그 누구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모니터링이 농업 생산에 직접적인 방해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직장인에게 직장이 생계유지의 수단이며 삶의 동력이듯, 농민에게 농사는 천직이자 삶의 터전이며 생명줄이다.

정부 정책으로 짓던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은, 직장인에게 직장을 뺏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자식처럼 기르던 곡식이 눈 앞에서 물 부족으로 말라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늦게라도 일단 보의 물을 가두게 돼 애타던 농심을 위로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그나마 그치게 만들어 다행스럽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농심을 다독이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면 결코 반길 일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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