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포항시, 예술품 방치 거들고, 부실관리

예술품 바로 앞에 창고매장 설치로 아예 볼 수 없어
도심 속 예술 작품이 애물단지로 전락
시민들, “값싼 조형물은 아닌지…” 의혹제기

[사진참조]

농협 하나로클럽 포항점이 수억원을 들여 제작한 건축 미술작품을 헌신짝처럼 천덕꾸러기로 방치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포항시는 이에 편승하여 고가 예술품을 관람할 수 없도록 예술품 바로 앞에 건축물 설치를 허가해 준 것으로 드러나 문화예술진흥법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면적 1만㎡ 이상의 판매시설 등에는 해당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작품을 제작 전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비용의 0.7%를 도시미관을 위한 미술작품에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나로클럽은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600억원을 들여 2천228㎡ 부지에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로 완공하면서 출입구 전면 광장에 수억 원을 들여 미술조형물을 제작·전시했다.

하지만 하나로클럽은 지난 2013년 미술작품 광장 전면에 40㎡에 달하는 창고매장용 건축물을 설치해 수억원을 들인 미술품을 사장시키고 있다.

이 건축물은 높이가 3m 정도에 달해 문화예술 장려와 도시미관을 위해 설치한 고가의 미술 작품 관람을 모두 봉쇄하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포항시의 건축행정

이처럼 포항시는 미술조형물 광장 앞에 건축물을 설치하면 관람이 불가한 것이 분명함에도 창고매장용 건축을 허가했다.

문화예술진흥법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건축허가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지만 버젓이 허가해 준 것이다.

미술작품 전면에 설치된 문제의 건축물은 하나로클럽 건축허가 당시 일부가 비가림막용으로 사용토록 한 이후 증축을 통해 미술작품을 모두 봉쇄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시는 2011년 건물 준공 당시에는 비가림막으로 20㎡ 규모로 허가했다. 이때만 해도 예술품은 제한적이나마 관람이 가능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2013년 이 건축물을 40㎡ 규모로 증축토록 허가하면서 예술품이 완전 봉쇄돼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 건축물은 한때 판매매장으로 불법 사용해오다 최근에는 창고로 이용되고 있다.

2011년 개정된 문화진흥법 시행령에는 미술작품 관리 감독을 해당 광역자치단체가 관리대장을 작성해 관리토록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된 미술작품 수준도 논란거리

농협하나로클럽이 제작 설치된 미술조형물 제작비는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시와 경북도에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파악되지 않지만 건축규모와 총 사업비 등 를 감안, 적어도 3-4억원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수억원을 들인 예술품으로 보기에는 외관상 어설프다는 반응이 많아 심의과정 등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가 요구된다.

본지는 형평에 맞는 취재를 위해 이마트 이동점과 상대동 홈플러스, 교보생명 등 대형 건축물에 대한 전시용 미술작품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본 결과 모두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확 트인 공간에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시민 한모(60)씨는 “도시미관 상 만든 고가의 조형물이라면 업체가 알아서 홍보용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며 “광장에 창고를 지어 예술품을 숨기는 것은 법령을 어기고 값싼 예술품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품에 대한 정밀 감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구석진 곳에 박아 둘 것 같으면 설치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시민들이 보고 감상해야 할 조형물 앞에 건물로 막는 업체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포항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최근 자체 인사이동으로 미술작품 설치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자리를 비워 설명해줄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 사안을 검토한 뒤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뒤 하나로클럽 관계자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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