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대구북구의회 운영위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갈등관리지수를 10% 높이면 1인당 GDP가 2.47% 증가한다고 한다. 저성장 시대의 지역경제 성장과 고충 민원 처리 등 민원해결을 위해 갈등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갈등 중에 하나는 기피시설 갈등이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에 따르면 기피시설 갈등이란 공공이나 민간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벌어지는 갈등이다. 만약 기피시설 갈등을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갈등의 양상이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 심각하게 치닫게 된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이전 문제는 기피시설 갈등 중에 하나이다. 운전면허시험장은 기능시험을 위해 넓은 땅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저밀도 시설이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안전문제와 소음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주거환경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기피 시설이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서 나오는 도로주행 시험 및 연습용 차량이 주변 10여 개 초·중·고등학교의 통학로에서 주행하여 교통안전문제가 발생하고, 바로 옆에는 태암초등학교와 구암고등학교가 붙어있어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입주한 8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차량 주 통로인 정문 쪽으로 도로주행시험 차량이 진행함으로 인해 보행자 안전문제와 교통사고 발생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인근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집단민원으로 발전될 수가 있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 갈등 관리에 실패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여 지역경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구지방경찰청과 운영기관인 도로교통공단, 대구시 등 책임 있는 관련기관의 대응은 요원하다. 필자는 지난해 6월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이전과 후적지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대구시 등 책임 있는 관련 기관은 미온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강북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기 전인 1991년에 현재 위치인 태암남로 38(태전동 1076-1)에 3만 4천㎡ 규모로 자리를 한 운전면허시험장은 인근의 주거환경을 저해하고, 3호선 주변 상권 활성화와 역세권 개발을 어렵게 만들어 지역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강북지역의 거주인구는 북구 전체 인구의 57%를 차지하고 강북·칠곡 지역이 대구의 새로운 도심지로서 기능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북구의 지속적인 발전 동력을 확보하고 강남·북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도심 부적격 시설인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이전 사업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이전 후적지는 3만 4천㎡ 정도의 넓은 면적과 3호선 구암역의 탁월한 접근성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인근에 대구과학대학, 대구보건대학 등의 지역대학과 운암지 및 구암동 고분군 등의 관광자원이 있어 개발 활용성이 높아 상업·업무·문화·체육 등의 성장거점지로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관련기관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운전면허시험장 인근의 도시환경 저해로 고통 받는 주민의 삶의 질을 무시한 처사이며 북구지역의 성장 동력을 짓밟는 무책임한 행태이다. 책임있는 관련기관은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운전면허시험장 이전에 대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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