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계산성당 주임신부

학교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학생들은 우등생은 많은데 모범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공부만 잘 한다고 해서 훌륭한 학생은 아니라는 뜻일 게다. 가끔씩 신문기사에 학생들에게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한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공부만 잘하면 다른 것은 모두 용서되고, 감싸줄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된 듯하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묻어 넘어가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끔씩 깊은 생각을 해본다. 잘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훌륭하고, 모범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 더 나아가 훌륭한 믿음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잘사는 것일까?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열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이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정리되는 것 같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고 하신다.

가끔씩 예수님의 이 말씀은 나를 서운하게 만드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얼마나 주님, 주님하고 간절히 부르고, 간절히 기도하는가? 세상 살면서 정말 간절히 열심히 부르는 이름인데…, 그 부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실까?

예수님이 한결 같이 강조하는 것은 기도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합당해야 하고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은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합당한 기도를 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무늬만 학생인 아이들이 있다. 학교를 가기는 하지만 수업시간을 빼먹고, 떠들고, 졸고, 싸우고, 담배피고, 남을 괴롭히고…. 무늬만 사람인 경우도 있다. 시기, 질투하고 권모술수를 부리고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나 사랑이 전혀 없는 무늬만 닮는 게 아니라 사는 삶이 사랑이신 주님을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경우에 선택을 해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선택과 결단에는 특별히 무늬만 덮어씌운 것들도 걷어 젖혀야 할 것들이 많다. 믿음은 행동하는 것이다. 정의는 실천하는 것이지 이론이 아니다.

하지만 행동이 실천은 먼저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 잘못된 것이 믿음인 양, 정의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이해가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살다보면, 수시로 어려운 때가 닥친다. 그럴 때마다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식만으로, 이론만으로 살아지는 삶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오늘 복음 안에서 우리는 묵상해야 할 것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 집은 주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집이다.

우리 신앙생활이 머리로만 아는 우등생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에서 드러나는 모범생이면 좋겠다. 우등생이 아니라 모범생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 신앙 안에서 자라고 신앙의 삶이 삶을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결실이 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