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구정을 맞아 서울 부모님댁에 가서 이틀을 지내고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다른 형제자매들은 모두 서울과 인근에 살고 있어서 평소에도 자주 모이지만 명절에는 필자를 비롯하여 온 식구들이 모이게 된다. 외국에 꽤 오래 살았고 지금도 서울과 좀 먼 거리에 위치한 포항에 살다보니 다른 형제자매들만큼 자주 모이게 되진 않는다. 포항~서울이 버스로나 철도로나 5시간 이상씩 걸렸고 잘 운항되던 항공편마저도 몇 년 동안 공항재정비공사로 멈추어져서 서울 다니기도 인천공항을 거쳐 외국 다니기도 불편했었다.

그후 비행기가 하루 두 차례 왕복하게 되었지만 시간대가 잘 안맞아 불편했는데, 거의 같은 기간에 KTX가 개통되었다. 얼마간은 KTX 이용을 위해 동대구역이나 신경주역을 1시간 이상씩 운전해 가야해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10여분 거리의 포항역을 이용하게 되니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때나 되돌아올 때 장시간 여행을 하고도 포항 갈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신정기간 동안에 미국여행도 다녀왔지만 그 후 학생들과 캄보디아에도 다녀왔는데, 돌아올 때가 구정KTX예약기간이었다. 예년에 그러했던 것처럼 구정에 KTX를 이용해 서울왕복을 계획했는데, 이틀 예약기간 중 첫날을 여행 때문에 놓치고 둘째날 예약이 시작되는 아침 6시에 컴퓨터를 켜니 이미 8,00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30분 넘게 걸려 접속을 하니 포항~서울은 이미 매진. 그때서야 ‘아 항공편이 있었지’ 생각해내고 서둘러 항공권 왕복예약을 했다. 가격이야 2배 가까이 되었지만 그래도 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필자가 20여년 포항에 살면서 공항재정비 이전 명절기간 중 서울왕복에 이용했던 것은 항공편이었다. 하지만 공항재정비기간부터는 마침 개통된 KTX를 이용했는데, 그후 재개통된 기존 항공사에 이어 올 2월 7일 ‘에어포항’까지 운항하게 되니 필자를 포함한 시민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기존 항공사의 운항도 포항시의 적극적인 노력 하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번 지역항공사의 창설도 지자체·기업·시민들의 적극적 협력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만이 아니라 인천공항이나 서울에서 포항을 업무차 혹은 관광차 찾는 분들에게 포항왕복이 더욱 편리해졌다. 포항의 경제·산업도 이에 맞추어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기업인들이 좀 더 쉽게 업무 차 찾게 되고, 좀 더 많은 국제회의들이 열리게 될 것이다.

KTX의 경우 코레일이 애초에 추정했던 포항역 이용객은 3,200명이었는데, 지난 몇 년 간 하루 평균 4,800명이 이용했다고 들었다. 주말에는 6,000명에 이른다는데, 좀 더 운행횟수가 늘어나서 주말이나 주초 표를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최근 포항~영덕 철도가 개통되고 무궁화호 운행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철도는 장차 속초와 강릉으로 연결될 것이다. 또한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건설 중임으로 이들을 고려하여 포항KTX역의 시설증설과 기능에 맞는 역세권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포항은 지진복구에 분주하고, 흥해읍 중심지의 도시재생사업 수립을 위해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 지진과 지속적인 여진으로 위축된 지역경제와 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목적 하에 크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또한 얼마 전 공청회를 거친 중앙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지진과는 상관없이 진행되어 온 것이지만, 잘 준비되어 포항의 도심을 살리고 전반적인 포항의 체계적인 도시발전과 경제산업의 부흥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포항은 포항권과 동해안권의 중심도시이자 환동해권 및 북극항로 전진기지로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과 한동대의 R&D와 네트워킹, 포스코를 위시한 철강산업, 그리고 영일만항·포스코항·동빈내항의 물류기능이 다른 도시들과 크게 차별화 되고 있어서 4차산업혁명을 맞이한 국가발전전략의 큰 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도시기본계획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방향성이 뚜렷이 나타나고 세부전략들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출산율 저하로 대부분 도시들의 인구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정부의 저성장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국가적으로 전략적 성장요소 및 성장거점에 대한 발전비전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20만 도시가 우리 한국의 200만 도시 같은 수준의 시설과 지역발전기능 등을 보여주는 것처럼 도시기반시설 및 역할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또한 서울이 1,000만의 도시가 아니라 주변 수도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중심으로서 수천만의 이용기능을 가지는 것처럼, 포항은 포항권의 중심이고, 동해안의 중심도시이며, 장차 환동해권의 중심역할을 해야 할 것이므로 도시기본계획의 목표인구문제부터 잘 풀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현재의 체계로서는 도시의 성장과 활력을 유지시켜줄 것은 도시기본계획 목표인구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도시기본계획 2030이 지난 2020에 비해서 너무 위축된 수준의 목표인구가 주어지기보다는 포항의 전략적인 역할 가능성과 경제위축 방지를 감안한 수준에서 설정되기를 크게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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