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설이 지났다. 고향에 가서 가족과 친척, 선·후배 등 지인들을 만나 안부를 나누고 세배를 하고 차례를 지낸 후 각자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설 연휴는 다른 해 보다 짧아서 바쁘게 가족과 친척을 만나 인사를 드렸을 것으로 본다. 설이 없었다면 웃어른을 찾거나 소홀하게 대했던 지인을 찾아 인사드릴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 명절은 우리에게 고맙고, 유익한 풍습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설계하고 생업에 전념할라치면 어김없이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일가족이 자살했다든가 노인이 설을 쇠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뉴스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명절이 되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설거지, 청소, 손님 상차리기 등 가사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일부 남자들은 일을 도와주지만 대부분 일을 도와주지 않는 가정이 많다. 조금 심한 예일 수도 있지만 여자들이 요리하고 상을 차리고 있으면 남자들이나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이야기 하거나 누워서 잔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여자들은 앉아 쉬지도 못한다. 모든 집이 다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라면 여자들이 왜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기 싫어하는지 알만도 하다.

설을 쇠고 나면 명절후유증으로 인해 중년주부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마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환자가 늘어나는 통계만 보더라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이 조상을 위하고 일가친척을 찾아뵙고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날이기는 하지만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게는 부담이 되고, 친척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즐거운 날이 되기보다는 불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계속 방치하게 되면 심각한 질병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장애 등으로 화병이 된다. 화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중년 여성이 가장 많다는 것은 여성의 설 증후군과 상관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이 되기 전부터 차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하고 당일에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과로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혼율에 관한 통계를 보면 명절 다음 달은 평소보다 이혼율이 15%나 증가한다는 수치도 있다. 설에 대한 부담과 역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주부에 대한 가족의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남녀 불평등과 고부갈등 등도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설이 지난 후에 남편의 따스한 말 한 마디, 가족의 위로의 전화 한 통화는 심리적인 부담을 다소 풀어줄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남성도 가사를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을 이해하고 위로가 되어 명절 증후군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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