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울진경찰서장

▲ 최용석 울진경찰서장
감속운전은 세계적 추세다. 저속으로 여유 있게 주행하는 것은 삶의 질 문제이다.

교통문화는 자동차 역사와 함께한다는 말이 있다. 북미권의 미국, 캐나다는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를 갖고 있다. 그들의 우월은 작은 교차로에서 바로 드러난다. 모든 교차로 진입차량은 멈춤해야 합니다. 먼저 진입한 순서대로 빠져나간다. 완전 멈춤해야 한다. Rolling Stop, 조금씩 움직이는 것도 위반이다.

70년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차량이 많아진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는 자동차 역사에서 우리보다 짧다.

지금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교통문화는 무엇일까. 속도를 낮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속도는 생명과 관련되어 있고, 교차로 완전 멈춤 보다 성공하기 쉽다. 우리는 200킬로로 달릴 수 있는 성능의 차로 80과 100킬로로 달리는 것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무인 속도카메라가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감속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와 통계에 의하면 속도 시속 10킬로 줄면 교통사고 23.9%가 감소한다.

울진 7번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보면 2016년에 교통사망사고 7건 중에 6건이, 2017년에는 12건 중 5건이 7번국도에서 발생했다. 올해 2월초 3명이 사망하는 대형 교통사망사고가 있었다. 딸을 태우러 갔던 단란한 가정이 붕괴되었다. 40대 가장과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딸만 남았다.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경찰로서 무한 책임감과 무력감, 고통과 안타까움, 죄스러움이 떠나지 않는다.

울진의 속도는 매우 높다. 2016년 교통사고 중 과속 원인이 전국 평균 65.9%인데 울진은 74.2%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 울진 운전자들의 과속 습관은 7번국도가 만들었다. 7번국도를 달려본 사람은 달릴 수 밖에 없는 충동을 느낀다. 길이 좋다. 차량이 적다. 남들도 달린다. 나도 달린다.

구간 단속을 한다니 삼척 19.9킬로미터 구간단속을 떠올리면서 싫어한다. 안 그래도 울진이 원격지인데 고립화를 심화한다는 것이다. 사실과 다르다. 울진을 중심으로 북쪽 15킬로 구간단속할 경우 울진에서 북면까지 구간단속 80킬로 속도와 과속 120킬로 속도와의 시간차는 불과 3분 45초이다. 남쪽에 17킬로 구간단속해도 울진에서 후포까지 4분 15초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실제 주행시간의 차이는 미미하다. 고립감이란 운전자들이 과속 습관이 길들여져 있어 생기는 심리 현상이다. 구간단속 속도가 습관화되면 바로 사라진다.

속도 카메라가 없던 과거에 운전자들은 120킬로로 국도를 달리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데 하나 둘씩 카메라가 설치되고 그 지점에서 속도를 낮추더니 자연스럽게 전체 속도가 낮아졌다. 저속운전이 습관이 되고 편안하다.

기계는 얼마나 인간을 이롭게 하는가. 이제 곧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사고 걱정, 속도 걱정도 할 필요 없다. 그러나 그때까지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45억년 지구역사에서 인류가 치열하게 자동차와 생사를 다투었던 불과 100년. 우리는 그 백년 속에 있는 인류이다. 속도를 낮춰서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

지역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여유 있게 운전하면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7번국도에서 120킬로로 밟아본 사람은 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가야 한다. 그러나 천천히 운전하면 청정 동해바다를 안고 운전하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더 큰 이익은 7번국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속도를 낮추면 군민들도 속도를 낮춰 감속에 익숙해 진다. 읍내에서도 천천히 여유 있게 달리게 된다. 구간단속으로 '사망사고 7번국도'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생명존중의 郡, 생태문화관광 도시, 안전한 도시, 선진교통문화를 선도하는 울진, 오고 싶은 울진'이 되려면 성숙한 교통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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