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포함하는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포항철강공단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면제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은 타격을 받게 됐고 그 직접적인 피해가 포항공단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비롯, 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넥스틸 등 5개 기업의 대미 수출이 연간 220만t에 달하는 포항은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원유와 셰일가스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생산업체다.

미국에 연간 50만t의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제품을 수출하는 세아제강은 현재 2.3∼6.66%의 관세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상황이 복잡하다.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37만여t을 미국에 수출하는 넥스틸도 현재 유정용 강관에 부과된 46%에 25%가 추가되면 70%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이들 업체는 대미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해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해당 기업들의 대책이 급선무지만 소속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서둘러야 한다.

포항시는 미국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지난달 말 포항상공회의소·철강관리공단·철강업체와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 관련 동향을 공유해 대응하기로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후보군들도 이같은 현실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지역 산업계의 실망이 크다.

다만,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박명재 국회의원(포항남·울릉)은 철강부원료에 부과하는 관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철강품목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협정 양허관세율의 적용으로 완제품에 무세(無稅)가 적용되고 있는 반면, 철강부원료(페로니켈, 페로크롬, 페로실리콘 등)의 경우에는 2~6.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원료에 대한 관세율이 완제품에 비해 오히려 높은 역경사(逆傾斜) 관세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비정상적 구조이다.
역경사 관세구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입 완제품에 관세가 붙지 않고 원료에만 붙을 경우 국내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항은 연이은 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설상가상 지역의 주 업종인 철강산업마저 힘든 상황을 감안해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시급하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역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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