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천 스님.
지진 첫 날부터 3월 철수까지 이재민 끼니 챙겨
대중교통 취약지역 택시비 지원도 아낌없이 베풀어
타 지역 사찰과 불자들의 지진피해 지원 이끌어 내기도
“돈 받고 짜장면 판다, 스님이 욕을 한다” 파계승 오해도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 짜장 스님에게 호의 베풀어


자장면 보시(布施·널리 베풂)로 이 시대 불교 포교의 선각자로 불리는 운천 스님이 이재민과 함께한 시간을 접고 포항을 떠났다.

전북 남원의 선원사 주지인 운천 스님은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 11월 15일 어려움에 처한 포항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왔다.

지진 피해를 당한 이재민에게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는 등 어수선한 지역사회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애썼다.

운천 스님은 이재민 수가 늘어나 인근 독도학교와 흥해공고, 포스코 수련원 등에 이들 이재민을 분산 수용할 때, 그는 사비를 털어 택시 노선을 운행해 교통 불편을 겪는 이재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줬다. 그가 제공한 택시는 수용시설 1곳 당 5대로 1일 200여 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주민들은 이 같은 선행이 아직까지도 지자체가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운천 스님의 사비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지진 발생 당시 상당기간 지역사회 복구를 위해 활약을 해온 흥해읍 향토청년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가스비용과 냉장고 등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이 있는 의성의 고은사에 도움을 요청해 이재민 600인 분의 식사도 마련한 바 있다.

재난지역에서 그의 발빠른 대처는 세계 각국의 재난 지역을 돌아보며 습득한 경험이라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지난달 10일 마지막 이재민 수용시설인 흥해실내체육관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 폐쇄 방침이 정해진 시 행정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시와 충돌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재민을 돕고자 하는 그의 소신 있는 행동은 지난달 11일 발생한 2차 지진으로 빛을 발했다.

2차 지진은 앞선 1차 지진보다 규모는 약했지만 지진 트라우마로 몸살을 앓는 많은 주민들이 대피소를 찾는 바람에 또다시 북새통을 이뤘고, 자연스럽게 떠났던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운천 스님이 마련한 시설에서 지진 발생 후 20여 일간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간 포항시사암연합회와 불국사자원봉사단은 지진대응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 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비난뿐이었다는 것이 지인들의 말이다.

운천 스님은 3개월 자원봉사기간 동안 “머리를 길러 절에서 쫓겨났다”, “음란한 짓을 저질렀다”, “돈을 받고 자장면을 판다” 는 등 온갖 루머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와 지진 발생 초창기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이어온 포항 시민 J씨는 “운천 스님은 네팔과 유럽 등의 재난 현장에서 활약한 자원봉사자들을 직접보고 봉사활동을 그들에게 배웠다”며 “그는 처음부터 재난 현장에서 이재민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돕길 원했으나 주위에서 그의 진심을 알아봐 주질 않았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운천 스님은 2015년 네팔 지진 때 봉사단을 만들어 급식과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도 그동안 이어온 자원봉사 활동을 순수한 열정만으로 봉사에 전념했다.

운천 스님은 자장면을 보시하며 포교의 일꾼으로 불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조계종을 탈종하며 자원봉사에 전념하겠다며 앞으로 어느 종단에도 가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운천 스님은 "조계종이 중요한게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라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며 “나는 불자다. 불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에 왔지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이웃을 돕는 일을 외면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남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종단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포교를 하는 일을 꼬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종단이 자원봉사를 위한 필요한 지원에 약속을 했으나 그간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조계종에 대한 서운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그의 조계종 탈종이 포항 지진 피해를 돕는 과정과 그동안 자원봉사활동에서 누적된 종단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한 결정임을 짐작케 했다.

운천 스님은 수원 출생으로 1998년 경북 봉화군 청명사에서 출가했다. 조계사 등을 거쳐 지금의 남원 선원사에서 주지를 맡고 있다.

한편 최근 주호용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우연히 KTX 열차 안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운천 스님을 알아보고 지갑에 있는 현금 수십만원을 그에게 건넨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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