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 계산성당 주임신부

부자나라에도 거지가 있다. 미국에도 구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요즘은 더 많이 눈에 보인다.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들을 만날 때마다 갈등한다.
주어서 배고픔을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데…(긍정적), 틀림없이 술, 담배, 마약으로 찌들어 있을 텐데…(부정적) 이런 갈등의 근본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 도심에도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얘기. ‘잘사는 동네 사람보다도 못사는 동네 사람들이 더 정이 있다. 강남의 부잣집 앞에서는 하루 종일 있어도 몇 푼 못 얻는데, 가난한 동네에서는 소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정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느낀다.’

결국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가진 자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복음 마태 14,13-21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군중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라고 하신다. 제자들은 지극히 계산적이다. 많은 군중들에게 나누어줄 빵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빵을 사야할 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제자들에게도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의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다른 복음서(요한6)에서는 이 빵과 물고기의 주인이 어린 아이라고 소개한다. 그 아이의 소유물이 자신을 떠나 예수님 손에 주어졌을 때 여자와 어린이를 제외하고 남자만도 오천 명 가량이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우리의 마음가짐! 제자들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어린아이의 마음가짐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남을 위한 작은 마음만 있어도 세상에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사실! 어린아이가, 우리가 행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그냥 가진 것을 내놓았을 뿐이다. 가진 것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은 그 바탕 위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의 일이다.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이런 기적의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좀 내어놓으며 살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내가 내어놓는 것을 통해서 하느님은 기적을 이루시기 때문이다.

나의 손과 발, 내 입과 마음, 내가 가진 재물을 통해서 내가 내어놓은 좋은 선물을 통해서만 하느님께서는 당신 일을 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나 그 나눔에도 원칙은 있다. 조용히 나누어야 한다. 조용히 나누면 많이 남지만 소리를 내어 나누면 받는 사람이 눈치를 봐야 하고 내놓는 사람도 공치사가 되기 쉽다.

복음대로 나누고, 복음대로 사랑도 나누고, 복음대로 희망도 나누며 살자. 나눔은 대가가 없다. 나누는 사랑만 있으면 된다. 오늘! 나에게, 우리에게, 교회에 기적이 없는 것은 하느님이 안 계시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 사랑이 부족하고, 그곳에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적이 일어났을 때 기적을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주간, 내 삶의 작은 나눔을 통해서 큰 기적을 체험하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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