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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제 국민에겐 숙성된 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최영열 대구본부 부장

 

 

헌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헌법 개헌 발의를 지지하고 나섰고 자유한국당과 그 외 3당은 반대와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각 당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논리는 있다. 그렇다면 먼저 논란이 분분한 내용상의 점검 이전에 형식상의 점검부터 살펴보자.

제헌 헌법부터 가장 최근인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까지 국회 주도로 헌법이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지난 20일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헌법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창설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지난 2월 13일 공식 출범한 후 1달만인 3월 13일 헌법 초안을 만들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한 달 동안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토론은 단 3일 동안 4차례 800명이 참가한 것뿐인데, 국민의 의사를 헌법안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국민헌법자문특위 32명의 자문위원 사이에서도 각 분야별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헌법자문특위의 본래의 역할은 대통령 자문을 담당하는 것이 주 임무이지 헌법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 헌법 개정안을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결하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헌법 개정안은 통과된다.

선거 80여 일을 앞둔 지금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대도 지금은 선거가 중요하지, 헌법 개헌이 우선이 될 순 없다.

게다가 헌법 개정안이 청와대 주도로 구체화되어 나왔다지만 아직 국민에게 헌법개정안 전체가 공개되지도 않았다. 국회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야당마저도 본 적이 없는 헌법 개정안을 여당과 청와대는 지방선거와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며 시한을 못 박았다.

시일을 생각해 보더라도 결국 지방선거와 연계해 개헌을 급하게 끝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기에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추진한 개헌안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나라 상황을 살펴봐도 지금 국회가 헌법안을 연구하고 검토할 여력이 있는가? 아니 여당 의원들 조차도 선거를 팽개치고 야당과 헌법 개정안 논의에 나설 것인가?

기초단체장 선거는 물론 광역 단체장 선거에 압승해야 한다며 여야가 결의를 다지고 있는 시점에 헌법 개정안을 제대로 연구하고 각 당이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그렇다고 헌법이 얼렁뚱땅해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없는 법인가? 나라에서 제정될 모든 법률과 규정의 근본이 되며 우리 자손들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법이 아닌가?

이에 더해 그렇게 서두를 정도로 국가 급변 상태라도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기존 헌법이 국가 존립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단 말인가?

지난 2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후 제윤경 원내대변인이 민주당 자체적 개헌 당론 발표 시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빼겠다고 발표했다가 야당의 사회주의 헌법이란 비난을 듣고 4시간 만에 번복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구체적인 이유까지 제시하며 ‘자유’를 빼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이후 내용의 모든 것이 실수였다고 얼버무렸다. 당내 결정 사항 하나 발표함에도 이런 실수로 망신을 당하면서 국가의 근간(根幹)이 되는 헌법 개정에 조속한 결단을 요구함은 무리가 아닌가?

또한 일부에선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결국 2/3를 얻지 못해 부결될 것이 자명함에도 추진함은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헌법 개정을 반대한 야당에 책임을 돌려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몰아가자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오늘까지 두 차례 개정안이 공개됐다. 대통령 임기 등과 관련된 내용이 발표될 내일 헌법 개정안은 또 무슨 논란을 불러일으킬지 심히 염려가 된다. 제발 국민을 위해 설익은 풋과일이 아니길…

급박히 돌아가는 국제 정세 가운데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헌법 개정이 또 하나의 혼란 조성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더불어 우리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헌법이기에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검토를 거쳐 숙성된 헌법 개정안이 나오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

대구/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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