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물러나고 곳곳에서 꽃이 피고 훈훈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완연한 봄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는 춘분도 지나고 봄이 와서 좋기는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다.

예전엔 봄에만 나타나던 불청객이 요즘은 사계절 모두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미세먼지 같은 경우 황사에 비해 발암 물질 함유량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같은 경우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이나 구강세정제를 사용해 입안을 깨끗이 헹궈야 한다.

지난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연구진이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에 초미세먼지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했다. 정진상 가스분석표준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중국 춘절 기간 한반도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불꽃놀이 폭죽과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다.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로, 코나 기관지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몸에 쌓이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의 초미세먼지 발생 연관성을 따질 때 항상 거론되는 곳이 중국이다.

그러나 단순히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만 살펴서는 중국에서 발생했는지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산업이나 농업 성격이 비슷해 국내에서도 유사한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 춘제 기간 미세먼지를 비롯한 주요 화학물질 대기중 농도분포(대전 기준).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폭죽과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칼륨이 평상시보다 7∼8배 늘었다.

KRISS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구성 물질인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칼륨은 폭죽과 바이오매스(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생물체)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지만,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매스 연소에서만 배출된다. 연구진은 바이오매스 연소의 경우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같이 올라가는 점을 확인했다. 칼륨 농도만 급격히 올라가고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농작물보다는 대규모 폭죽과 더 관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중국 춘제가 시작하면서 한반도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중국에서 배출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큰 성과다.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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