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전라도’라는 공식을 깨게 만드는 포항고래 홍어 삼합, 백고동 구이의 첫 경험.

경상북도 포항에서 홍어요리 맛 집이 있을 줄이야.

사실 홍어하면 전라도, 특히 전남 서해안 지방의 특산 요리라고 알고 있어 본 기자의 집에서도 홍어를 먹을 때면 당연히 전라도에 주문전화를 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어=전라도’라는 인식이 있어 이를 깨기 위해 전남 여수, 목포, 광주 등 홍어를 공부하기 위해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던 포항고래의 김정욱 대표는 홍어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어 보인다.

홍어는 보통 흑산도, 국내산(동해), 수입산(칠레)이 있는데 삭혀서 썰어놓으면 전문가도 구별 못 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삭히면 전문가도 구별 못 하지만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를 도입하고 있다.

수산물 이력제는 홍어에 바코드가 적힌 꼬리표를 달아서 해당 수산물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 잡힌 것인지, 어떤 유통업체를 거쳐 판매되고 있는지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알권리를 제공해 믿고 안심하게 먹을 수 있다.

홍어에 신뢰가 쌓일 때 쯤 주문한 홍어삼합과 백고동 구이가 식탁위로 올라왔다. 선홍빛의 홍어는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며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냈다.

이십대 초반에 먹어본 홍어에서 ‘사람이 먹지 못할 음식’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어 다시금 홍어를 먹기에 여간 두려운 게 아니었다.

두툼한 돼지고기와 김치, 그리고 홍어를 싸서 한 입 먹어보니 오미(五味)로도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하고 오묘한 맛의 조합이었다.

양심고백을 하자면 홍어 초보자로서 홍어는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손님 테이블에 한 접시씩 놓여있는 홍어를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홍어 맛 집인 것 같다.

김정욱 대표는 홍어를 제대로 삭히기 위해 장독에 짚과 돌을 깔아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고, 여러 시도 끝에 홍어 삭히는 법을 터득했다. 이 비법으로 홍어 마니아층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홍어 초보자는 이제 백고동 구이로 넘어가 본다. 골뱅이과인 백고동을 삶아서 먹어본 적은 있어도 그릴에 구워 먹기는 처음이었다.

백고동이 살아 있을 때 바로 삶아 급냉을 시킨 다음 주문이 들어오면 그릴에 15~20분 굽는 백고동 구이는 삶은 것과는 또 다른 별미였다. 은은하게 베인 불향이 백고동을 씹을수록 뿜어져 나와 입안에서 조화를 이뤘다.

삶아서 내놓으면 식당입장에서도 간단한데 손님에게 최상의 백고동 맛을 선보이기 위해 일일이 그릴에 굽는다는 김 대표의 고집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정욱 대표는 “음식 장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며, “손님에서 항상 최상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고 말했다.

자칭 홍어 마니아지만 경상도에서 홍어 맛 집을 찾지 못한 사람, 혹은 백고동 그릴 구이라는 첫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포항고래에서 그 맛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